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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연차유급휴가 쓰려거든 대체근로자 구해 와라?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강민주
  • 승인 2018.09.05 08:00
  • 댓글 0

  
▲ ▲ 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최근 대한민국은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를 막고 휴가권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 법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시행과 더불어 1년차 근로자 및 육아휴직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내용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노동현장 현실에서는 여전히 법률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비단 열악한 환경이라고 인정되는 소규모 사업장만이 아니다. 공항철도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A씨는 회사가 정한 시기에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대체근로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휴가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A씨는 노동조합 관련 일정으로 일본에 체류 중이었고, 이러한 상황을 회사는 알고 있었으며, 근로자는 휴가 전날까지 지속적으로 휴가신청에 대한 승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결국 휴가를 불승인하고, 근로자에 대해 업무명령위반 및 무단결근을 사유로 불이익처분을 행했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휴가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태도를 취했을까. 사용자는 단지 승인이 안 된다는 통보만 했을 뿐이다. 대체근로자를 찾는 등 다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대신 사용자는 휴가를 신청한 근로자에게 “대체근무 근로자를 찾아오라”고 했다.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엄살떨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모습이다.

휴가를 사용한 A씨의 업무는 어떻게 됐을까. 공항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그로 인해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했을까. 전혀 아니다. 대체근로를 행할 수 있는 다른 근로자가 해당 근로자의 업무를 수행했고, 그 결과 근로자 A씨의 연차사용으로 인해 그 어떠한 업무상 지장도 없었다. 사용자가 업무상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과장하고 엄살을 떨면서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이해할 수 없었던 태도의 이유도 확인됐다. 승무운용원 제도(업무분장 내용 : 비상대기업무, 기관사 대체근무, 기관사 인력부족시 탄력적인 인력지원)가 운영돼 대체근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근로자 A씨는 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자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받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노동법에 근거해 근로자 권리를 보호하고 구제해야 하는 노동위원회는 연차사용권에 대한 기본개념조차 모르는 판정을 내렸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대체근로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승인되지 않은 휴가를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사용자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다(단 양정이 과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지노위 판정은 헌법에 기초해 만들어진 근로자 보호 법률을 철저히 무시하는 위법한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필자는 이 사건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됐는데 중노위 심문 과정은 다시 한 번 지노위의 노동법에 대한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이었다. “그동안 대체근로자를 근로자가 찾아오는 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죠?” 이 심문내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체근로자를 찾아오는 관행이 근로자의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인 연차휴가사용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인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화해기간으로 판정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동위원회가 근로기준법 취지와 연차유급휴가사용권,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해당 사업장 근로자들은 휴가사용에 제약을 받았다. 승인이 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휴가사용을 위해 근로자들끼리 대체근무자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휴가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법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사용자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였다. 그럼에도 사용자는 이러한 근로자들의 배려를 마치 자신의 휴가승인권이 법률이 정한 기본권 위에 존재하는 권력인 양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위원회가 이를 인정해 준 것이다. 현장 근로자들은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 속에서 휴가사용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근로자 권리보호와 구제를 위해 존재하는 노동위원회가 오히려 사용자 위법행위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너무 씁쓸하다.

판례가 사용자의 휴가승인 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시기변경권 행사를 적절히 행사하기 위한 절차로 보는 것이지 승인권을 연차유급휴가 요건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은 이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근로기준법을 들여다보자. 누구나 알고 있을 연차유급휴가에 대해 근로기준법(60조5항)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연차유급휴가는 사용자가 승인했을 때가 아니라 근로자가 ‘청구(신청)했을 때’ 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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