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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가 확실하면 원직복직 포기 말자

[노동상담24시] 부당해고금전보상제도 왜 만들었을까

 

2007년부터 부당해고에 대한 금전보상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노동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이를 대신해 금전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06년 말 이 제도가 도입될 때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하고서 원직복직을 해 주기 싫으면 속된 말로 돈으로 때울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노동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금전보상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물론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는 원직복직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정의에 부합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더라도 원직복직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나, 영세사업장의 경우에는 해고자가 복직을 하더라도 이른바 ‘왕따’ 당하거나 사용자와의 감정적 대립이 극에 달해 복직 이후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이 제도가 잘 활용되면 의미 있는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 사용자들에게도 노동조합이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금전적인 압박으로 인하여 쉽게 해고를 남발하기 어렵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보상금 수준은 당연하게도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 ‘이상’이다. 해고가 부당한 이상,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원직복직 대가로 추가적인 보상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 사건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된 재심사건이었다. 최근 나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국선노무사로 선임되어 사건을 맡게됐다. 신청인은 주유소에 취업했다가 13일 만에 해고된 분이었고 월임금액은 120만원 정도였다.

사용자가 해고 사유 등을 서면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유를 따져볼 필요 없이 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신청인은 초심 지노위에서 금전보상신청을 했고, 지노위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서 부당해고 판정과 함께 금전보상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보상금 산정 기준과 액수였다. 지노위는 신청인이 해고 기간 중 다른 주유소에 취업했기 때문에 신청인의 해고 기간 임금상당액에서 중간수입을 공제하고 판정일자를 기준으로 해고 기간 62일분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금액 약 170여 만 원을 금전보상금으로 산정했다.

그 외 복직을 포기한 대가는 1원도 반영되지 않았다. 부당해고로 인한 신청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도 1원도 책정되지 않았다.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조차도 전액 보상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신청인은 금전보상 수준이 너무 낮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것이다.

나는 크게 3가지 요지로 변론했다. 첫째, 해고 기간 중간수입 공제는 민사상의 쌍무계약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근로기준법에 의해 도입된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이라 할 수 있는 부당해고 금전보상금 산정에서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없다. 둘째, 중간수입 공제를 한 것은 최소한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전보상을 해야 하는 법 규정 위반이다. 셋째, 금전보상은 해고 기간의 임금 상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원직복직’을 대신하는 것인데, 해고자가 원직복직을 포기한 데 따른 보상금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재심신청은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금전보상금을 산정할 때,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 중에서 중간수입금을 공제한 것과 원직복직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금전보상제도를 운영하는 노동위원회의 입장이라 한다.

만약 이 분이 금전보상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원직복직 판정을 받고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였다면 이 분은 금전보상을 신청했을 때와 동일하게 해고기간의 임금상당액을 받고 복직되었을 것이다. 반면 원직복직을 포기하는 대신에 그와 동등한 수준의 보상을 한다는 취지의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한 결과는 판정일까지의 임금상당액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뭔가 제도의 운영이 잘못된 것이다.

노동위원회가 ‘원직복직 포기에 대한 대가’를 금전보상금 산정에 적극 반영하지 않는 한 법이 정하고 있는 금전보상제도는 결코 미조직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의미있는 권리 구제 방안이 아니다.

조제희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노동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