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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에 대처하는 법

2016.06.01 12:56

사무국 조회 수:120127

[양지훈의 법과 밥] 권고사직에 대처하는 법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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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에서 사직을 권유받은 노동자는 사표를 내지 말고, 차라리 해고를 당하라는 조언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직은 노동자가 스스로 퇴직하는 것이므로 부당 해고로 다툴 여지가 없지만, 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그 요건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부당 해고를 다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표 내지 말고 해고를 당하자. 해고된 노동자는 집으로 돌아가자. 그동안 못했던 가사도 열심히 하고 아이와 놀아주자. 그리고, 해고 무효 확인의 소를 회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다.

1심 판결이 나오기 까지, 짧게는 6~8개월 길면 1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 승소를 확신하는 노동자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고 여전히 집안일을 할 수도 있다. 패소가 걱정된다면 단기 근로를 하면서 이직을 준비해 보자(소송 중 근로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은 승소 후 공제하면 그만이다). 

승소 판결을 받게 되면, 원직으로 복직되고 실직 기간 미지급된 임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패소하면 어떤가? 미지급 임금을 받지 못할 뿐이다. 노동자가 잃을 게 무엇인가? 사실은, 노동자가 사표를 안낼 경우 회사가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뒤에 자세히 살펴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업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해고를 당했을 경우 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사에 의해 강제로 근로 계약이 해지되고, 홀로 밖에 내던져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 지금, 무엇이 두려운가?

근로 계약은 '계약'일 뿐이다 

나 역시 외국계 회사와 대기업에서 노동자로 수년간 일한 전력이 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노동자 입장에서 회사 생활의 토대가 '근로 계약'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이직을 위해, 다른 한 번은 진학을 위해 회사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제출 순간 상사와 동료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고 조직에 대한 배신행위가 없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급급했다(도대체 배신할 게 또 무언가). 본인의 퇴사보다 조직원의 처지를 먼저 고민했다. 다른 한편 그것은 자신의 체면 문제이기도 했다. 당시 회사는 나에게 유사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아무도 노동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단독자다. 여전히 회사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근로 관계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고, 계약은 해지하면 그만이다. 조직은 노동자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퇴사자만이 조직을 잊지 못할 뿐이다. 우리가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

인사 팀과 상사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안다. 그들은 권고사직의 위기에 처한 당신의 자존심에 가장 먼저 상처를 낼 것이다. 일단, 권고사직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조직에서 씻을 수 없는 수치로 다가온다. 이어서 현업 부서의 상사와 부서장, 인사 팀 담당자와 구조 조정 본부장과의 면담을 정신없이 진행해야 한다. 

정신 차릴 틈이 없다. 바로 이 때, 이 조언을 다시 기억하라. 절대 먼저 사표 내지 마라. 굴욕은 짧고 당신과 가족을 위한 퇴직금과 위로금, 나아가 승소했을 경우 받을 미지급 임금은 크다.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버티면 버틸수록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버티다가, 회사로부터 결국 해고를 당하는 경우는 오히려 행복한 경우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많은 노동자에게, 그 뒤에는 무시무시한 '직장 내 괴롭힘'이 따르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동법 때문에 쉽게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그래서 어떻게든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나가게 하는 수단으로써 직장 내 괴롭힘을 경영 전략으로 채택할 수 있는 것이다. 

징계 해고와 정리 해고 

법을 만족시키는 해고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법률이 예정한 해고는,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징계 해고'와 '정리 해고' 두 가지 경우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복하지만, '권고사직'은 해고도 아니며 법률에 근거한 것도 아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징계 해고는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해고다. 징계 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취업 규칙상 징계 절차를 지키고 노동자 귀책사유의 예로 상당 기간의 무단결근, 정당한 업무 명령 불이행, 업무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비위 행위 등, 절차적 내용적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한다. 

정리 해고의 경우, 그 요건에 관하여 법률 자체에 매우 까다로운 규정이 명시적으로 존재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 회피 노력을 사전에 해야 하며, 해고 회피 방법과 해고 기준 등에 대해 근로자 대표 또는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4조).

어떤가. 회사가 왜 권고사직을 통해 노동자로 하여금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지 그 이유를 알 만하지 않은가? 징계 해고든 정리 해고든 그 절차와 내용이 엄격하고 요건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최근 정부가 '일반 해고'를 도입하는 노동법 개정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의 개정안 입법 이전에, 정부가 2015년 12월 30일 제시한 '일반 해고 지침'은 저(低)성과자를 해고하는 절차를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만든 것인데, 쉽게 말해 '업무 성과가 낮은 자를 기준에 따라 쉽게 해고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20대 국회에서 노동법 개정안이 어떻게 통과될지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권고사직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 

다시 우리 사례로 돌아와 보자. 권고사직을 거부한 노동자는 이후 마음 편히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앞서 말한, 해고보다 더한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고, 인간관계에서의 소외와 무시가 왕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상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과도한 업무상 요구를 할 수도 있으며 거꾸로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사생활을 침해당하여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가히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다음에는 권고사직 이후에 오는 것들-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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