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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저축은행,

2018.08.24 13:07

민주노조 조회 수:15834

이름만 저축은행,
현실에선 고리대금업자
[금융사회] 이자 장사, 도를 넘었다
    2018년 08월 24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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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2018년 1분기 ‘평균 8.3%’에 달하는 예대금리 차를 만들어 막대한 이자수익을 남기고 있었다. 이는 시중은행(2.1%)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들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대출 원가가 높아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다’며 고금리를 유지해왔다. 대부업체나 캐피탈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다가 대출을 해야 하는 반면, 저축은행은 예금을 받을 수 있어 자체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며 법적 예금보장제도를 바탕으로 저리의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뻔뻔하게도 금융당국이 대출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방패로 삼아 고금리로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었다.

저축은행이 서민을 상대로 한 신용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4%)와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높다. 지난 6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저축은행중앙회)는 OK저축은행 22.3%, 유진저축은행 21.9%, 애큐온저축은행 21.1%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이들이 지급하는 예금이자는 이에 비해 턱없이 적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각 저축은행이 벌어들인 대출 이자수익은 수천억 원대이지만, 고객에게 지급한 예금이자는 수백억 원대에 불과하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대출금을 떼일 위험이 높은 만큼 금리가 올라간다며 서민들에게 고금리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 말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31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중신용(5등급) 이하부터 20% 이상의 고금리를 ‘일괄 부과’했다. 중신용자와 저신용자 간의 금리 차이가 거의 없었으며, 오랜 기간 이런 고금리 관행을 유지하며 막대한 이자수익을 남겼다. 결국 ‘신용도에 따른 금리부과’라는 그들의 말은 돈놀이를 위한 ‘눈속임’일 뿐이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저축은행에 분노하는 이유는 대다수가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이라는 사명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저축은행은 앓는 소리를 내며 엄살을 떨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저축은행이 이렇게 뻔뻔한 면모를 보이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출 원가 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버려두니, 저축은행이 국민들을 궁지로 몰아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 성종은 이자는 원금을 초과하여 받을 수 없다자모정식법(子母停息法)’을 시행하여 고리대금을 단속했다. 또한 조선시대 세종은 이자는 연간 10%, 월 이자는 3%를 넘지 못 한다는 강력한 이자제한법(利子制限法)’을 실시했고, 조선시대 영조는 돈이나 곡식 구분 없이 이자율은 연 20%를 넘지 못하며 이자를 3년 이상 받지 못하게 했다. 이를 어길 시 태형 40, 곤장 100대 이하의 처벌을 내렸다.

물론 당시 이 제도가 실시되는 순간에도 고리 대출은 멈출 줄을 몰랐으나, 국가에서 정한 법과 제도는 국민들에게 ‘과도한 빚과 이자는 부당하다’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마지노선과 같기에 매우 중요하다.

세종대왕 때만큼 당장 강력한 규제를 실시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은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대부업체나 다름없이 운영하는 저축은행은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사상 최대 가계대출에 허덕이는 서민의 고통 뒤에서 ‘이자놀이’만 하며 무늬만 저축은행인 행태를 보이는 곳에는 과감하게 철퇴를 가해야 한다. 그나마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낮아졌지만, 이조차도 일본, 미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최고 금리(20%이하)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를 원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며 최소한 이자를 원금보다 많이 내는 일은 막아야 한다. 물론 급격한 최고 금리 인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일부 저신용자는 아예 돈을 못 빌리게 될 수도 있고, 불법 대부 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금리 인하와 더불어 정부는 불법 사금융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소득과 신용이 낮은 계층이 고리 대출에 의존하지 않도록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 금융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할 목적으로 설립된 지역금융기관이다. 이들은 제2금융권으로서 낮은 신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고금리 영업을 하며 서민 금융으로서의 역할도, 서민 경제에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서민들은 나날이 여윳돈이 없어지고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주변을 살펴봐도 빚 없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심지어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청년들조차 빚더미에 쌓여있다. 신용도가 낮고, 비정규직이거나 담보물이 없는 사람들은 은행권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결국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저축은행, 대부업체,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에서는 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음에도 살인적인 금리로 서민들을 이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서민들은 아무리 갚아도 다 갚을 수 없는 빚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힘든 서민들은 저축은행에서 제시한 금리가 합리적인지 미처 따져보기도 힘들다.

사실상 금융사회에서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금융은 없다. 기준도 불분명한 신용에 의해 사람이 평가되고, 어떤 사람은 낮은 금리로 어떤 사람은 높은 금리로 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금융에서만큼은 국민들이 철저하게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은행은 수익성, 안전성을 추구하며 대출해주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금융소외계층’이 발생한다. 결국 저축은행이 고리로 대출을 해주면 피해보는 것은 금융소외계층인 서민들이다.

‘금융소외계층’이 주로 찾아가는 저축은행은 ‘고리대금업자’라는 수식어를 뗄 수 없을 만큼 약탈적이다. 또한 얼마 전 드러난 시중은행들의 금리 조작 사태로 금융권의 신뢰도는 더욱 낮아졌다. 이제 기존 은행에 대한 심도 깊은 평가와 함께 서민금융에 대한 대안을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금융’이 존재하고,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적어도 돈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대안금융’을 많이 발전시키는 것도 서민들을 위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악랄하게 높은 이자를 갈취하고 있는 저축은행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경기 침체의 큰 원인 중에 하나는 국민들이 짊어진 어마어마한 빚이다.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이자를 국민들에게 안겨준 사회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정부에서 부당하고 과도한 것부터 바로잡는 것이 빚 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