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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1인 독재에 멍드는 농·수협


[한겨레21] “이 새끼야, 네가 조합장이냐” 수시로 불거지는
폭언·폭행 문제… 농협갑질119 운동으로 개선될까

2015년 3월 처음 실시된 농·축·수협 조합장 전국동시 선거를 앞두고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김경무 선임기자

3월14일 순천지방법원. 검찰이 동영상을 켠다. 한 남자가 부하 직원의 뺨을 때린다. 한두 대가 아니다. 열 대 가까이 뺨을 갈긴다. 부하 직원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얻어맞는다. 화가 안 풀린 남자가 소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의자를 집어들어 얼굴을 향해 던진다.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른다. 부하 직원이 쓰러진다. 영상을 보고 있던 판사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떤다. 그날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다가와 그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되살아온 공포의 기억

2009년 3월 농협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전남 광양원예농협에 취직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촌에 봉사하며 살고 싶었다. 총무계, 대부계, 구매계를 거쳐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농산물물류센터에서 일했다.

지난해 10월이었다. 그는 학교급식에 사용할 친환경 귤을 구매하기 위해 물류센터 소장과 제주도 중문농협으로 출장을 떠났다. 업무를 마치고 공항 인근으로 이동했다. 소장은 술 한잔하자고 했다. 이제 막 업무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10년 넘게 학교급식 업무를 했던 베테랑 소장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러 불만을 쏟아내며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그만 들어가시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소장은 “상사가 말하는데 말을 끊어?”라며 뺨을 후려쳤다. “소장님이 술을 마셔서 강도를 조절 못해 저를 죽일까봐 두려웠어요.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소용없었고 저를 쫓아와 계속 때리셨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폭력은 횟집 주인이 말리고 경찰서 신고가 이뤄진 뒤에야 멈췄다. 소장은 경찰서로 갔고, 그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는 울면서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폭행 다음날이었다. 그의 부친은 조합장과 면담하며 폭행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아들이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쌍방 폭행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왜 술 먹고 치고받고 싸웠냐?” “술병으로 때리면 피하지 그랬냐?” “합의 안 해주면 광양에서 살기 어렵지 않겠냐?” 뇌진탕과 두부열상(머리가 찢어져 다침)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의 귀를 후려친 말들이었다.

총무계 직원들은 입원 사흘째 되는 날 찾아와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독촉했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힘들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울면서 경위서를 작성해 부친을 통해 조합장에 전달했다. 농협은 적법한 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3주 동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가해자는 물류센터 소장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피해자인 그는 센터에서 대부계로 발령났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직장에 복귀했다. 그런데 사건과 관련 없는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가해자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이사, 영농회장 등 농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그와 가족을 찾아와 합의를 종용했다. 지역에서 오래 일하기 싫으냐고 했다. 며칠 뒤였다. 지역언론에 폭행 사실이 보도된 직후였다. 농협 창구에 앉아 있는데, 여성회장이 그 앞에서 통장을 찢어 던지는 것이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팠다. 끔찍했던 폭력보다 더 잔인한 괴롭힘이었다. 그는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농협대학에서 배운 농협법에는 채용 내용만 있지 직원 인권에 대한 조항은 없었다. 그는 전국 농협이 조합장 1인 독재가 되지 않으려면, 농협법을 바꾸고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폭행보다 더 무서운 따돌림

농협과 수협 조합장의 갑질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았다. 영남의 한 수협. 직원 채용이 공채로 바뀌자, 조합장은 아들을 기능직 운전기사로 뽑는다. 얼마 후 일반관리직으로 전직을 시킨다. 공개채용은 무력화된다. 승진시험에 떨어진 조카를 위해 합격한 직원이 있는데도 승진을 시키지 않고 과장 자리를 비워둔다. 대의원 아들, 이사 사위, 임원 조카가 협동조합을 장악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끈’이 없는 직원은 평생 대리다.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간판에 목을 매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못나고 수치스러워 어디에도 얘기 못하고 속앓이만 했습니다. 적폐 구덩이 처벌 좀 해달라고 익명으로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중앙회, 해경 모두 수협에 인사 청탁을 넣는 기관인 줄 몰랐으니까요.”

경남의 한 농협. “현재 근무하는 대다수의 직원이 아무런 대꾸를 못합니다. 조합장이 두려워 직원들이 노조 가입할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조합장은 전 직원에게 양파를 씻고 양파즙 만드는 일을 시켰다. 토요일에 직원들을 출근시켜 감을 선별하거나 물청소를 하게 했다. 인격적 모독, 폭언, 협박은 기본이었다. 둘이 있을 때는 “어이, 야 이 새끼야, 내가 친구냐? 네가 조합장이냐”는 말을 수시로 들어야 했다. 직원들을 아침 일찍 소집해 1시간 동안 폭언과 협박을 하면서 책상 위의 물건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는 조합장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는 현상이 인다고 했다.

또 다른 농협. 조합장의 표적이 된 직원은 대기발령을 받고 일주일간 객장 출입구 근처에 놓인 책상에 앉았다. 감사는 매일 반성문을 내라고 했다. 한 달간 반성문을 썼다. 대기발령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조합장이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문자 보내라고 앉아 있나?”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전남의 여러 농협에서는 직원을 정당에 강제로 가입시켰다. 제보자의 수첩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 있었다. “국민의당 입당권유 및 자동이체 독려, 입당 미제출자 김** 감사 2차 독려” “민주당 가입 강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및 친지 등 의무적 10명씩 가입 강요” 제보자는 “조합장에게 찍히는 것이 두려워 가입하게 되었다”고 했다. 독재 조합장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마저 빼앗아갔다.

광양원예농협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전국 농협을 대상으로 조합장 갑질 사례를 수집하고, 농협갑질119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행히 노조 가입도 늘어나고 있다. 조합장의 갑질에 맞서 노동조합이라는 촛불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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