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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80만원 비정규직 교수

2007.05.15 17:41

비정규 교수 조회 수:15863 추천:10


연봉 480만원에 계약직 인생이 특권층?
비정년트랙 교수 임용 계속 늘어... 법인 적립금은 몇천억
    홍성학(hmoosim) 기자    



전국교수노조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권이 실추되고 있는 대학 현실에 대해 고발하는 글을 5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실을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그 첫 번째로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이 보내온 기고문 전문입니다. <편집자 주>



▲ 지난 2004년 6월, 단체교섭 체결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전남대분회(자료사진).  

ⓒ 안현주


"특권층으로서의 프라이드도 없는 집단으로 스스로 전락했다."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 강연회에서 교수노조 합법화 추진에 대해 비난한 말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소신을 밝혔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는 것은 제대로 알고 말을 해야 한다. 교수를 다른 노동자와 차별화해 '특권층'으로 본 것은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천박한 견해이다.

특권층으로서의 프라이드? 교수는 노동자 아닌가

  
'비정년트랙 교원'이란  


한 마디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교원'.

고등교육법상 정년트랙 교원은 정년이 규정된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감사 등을 말한다. 이와 달리 비정년 트력교원은 2년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임용된다.

이들은 2년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임용되고, 재임용도 1~2회로 제한받는다. 대다수 사학들은 비정년트랙 교원이 최장 6년까지 재직한 뒤 당연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방학기간 중에도 정년트랙 교원의 50~80% 급여를 보장받고,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및 퇴직금 지급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시간강사와는 다르다.
  



지난 5월 10일 청주 예술의 전당 지하 대회의실에서 충북민주화교수협의회(충북민교협)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 및 토론회가 열렸는데, 참석한 교수 중 한분은 본인이 재직 중인 대학의 비민주성의 심각성과 최근 비정년 트랙교수 초빙 비율을 높인 사례를 들었다.

그리고 재임용 탈락시킨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서를 제출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대학 사회의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하였다.

실제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2004년~2006년 전국 195개 대학 신규 교수 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1~2년마다 계약을 다시해야 하는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은 53.3%, 104개교 2177명에 이른다. 2004년 41개 대학 384명에 불과하던 것이 2005년에는 89개교 956명, 2006년에는 상반기에만 104개교 837명으로 크게 늘었다.

2006년 104개 대학에 근무하는 비정년트랙 교수는 2003년 일부 채용 교수를 포함해서 2268명에 이르고 있다. 신임교수 4명 중 1명 꼴로 비정년트랙 교수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년트랙 교수에 비해 평균 80%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았지만 정규교수를 학생지도나 교수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비정규 계약직인 강의전담교수로 전환시키는 대학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 문제 외에 구조조정을 빌미로 한 직권면직과 부당피해, 보복적 재임용거부와 징계, 비정규계약직인 강의전담교수로의 전환 등이 증가하면서 최근 교수 신분이 급속히 불안해지고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재임용거부에 따른 소청심사 청구는 2002년 15건, 2003년 20건, 2004년 71건, 2005년 35건, 2006년 38건으로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폐과면직에 따른 청구 건수를 보면 2002년 1건, 2003년 2건, 2004~2005년 3건이었으나 2006년에는 12건으로 늘어났다.

그런가하면 전체교원의 15%에 불과한 대학교원의 소청심사 청구 건수가 최근 초중등교원을 넘어섰다. 2002년에는 초중등교원이 청구한 건수가 112건으로 대학교원의 62건보다 두 배 가량 되었지만 2003년 74건(46%)대 87건(54%)으로 뒤바뀌었다. 이후 해를 거듭하면서 대학의 청구건수 비율이 증가하여 2006년에는 70%를 차지하고 있다.

처우도 형편없어 기본 생계비도 되지 않는 급여를 지급하는 대학이 여기저기 밝혀지고 있다. 경북의 모대학의 경우 연봉 480만원부터 시작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월 60만원을 받는 교수도 있었다고 한다. 최순영 국회의원의 2006년 분석자료에 따르면 경북외국어대학과 같이 초임연봉이 1000만원인 경우를 비롯해서 평균에 못 미치는 대학이 42곳(45.7%)에 이르고 있다.

연봉 480만원까지... 평균 못 미치는 대학이 45.7%

OECD 회원국의 2006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6953달러로 미국과 호주 다음으로 세 번째였다. 반면 교수 1인당 학생수에 있어서는 한국은 37.8명으로 OECD 평균 14.9명보다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치를 기록하며 꼴찌에 등록되었다.

그런데도 사학은 법인 전입금을 거의 내지 않고 90% 가까이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우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고 비정년트랙 교원을 뽑으며 인건비를 줄이고 교수들의 신분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 비율이 높은 대학 중 상당수 대학들의 법인 적립금은 몇천억원이 넘고 있다. 앞에서 충북의 모 교수가 지적한 대학의 경우도 1500억원이 넘는 법인 적립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단지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서 구조조정을 하고 비정년트랙 교수와 강의전담교수를 채용하였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이는 우리나라 사학이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교육을 빌미로 한 물질축적기관으로 전락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교수의 신분 불안은 사학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지난 2004년, 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던 서울대 김민수 교수의 천막농성장.  

ⓒ 권우성

앞의 모 교수가 지적하였듯이 신분 불안의 근본 원인은 물질축적기관으로 전락한 사학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

사립학교법 제16조에 나타난 이사회 기능을 보면 사립대학 운영과 관련된 인사권·재정권·규칙제정권 등의 권한이 모두 법인의 독점 하에 있도록 되어 있다.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학교법인의 입맛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교수업적평가도 경영자 평가와 같은 자의적 항목에 비중을 두고 교수들의 서열을 매길 수 있다.

학교가 가난해서? 사학 재산은 몇천억원

이제 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의 정착을 통해 대학의 정체성을 찾고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구성원의 신분불안 해소와 처우 개선을 통해서 질적인 연구와 강의, 그리고 학생지도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대학의 생명력을 확보해야 한다.

교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막강한 대학 재단의 비민주적 힘에 맞서 교권과 학습권을 수호하기 위한 단결된 교수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중심체가 더욱 요구된다.

최근 교수를 '특권층'으로 분류한 이명박 전 시장. 대체 이런 열악한 교수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 지 모르겠다. 대권에 도전하려면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 사학들은 비정년트랙 교원을 뽑는 이유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재단 적립금이 쌓여가는 실정이다. 사진은 지난 2월 한양대 입학식에서 총학생회측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에 항의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