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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가려면, 정기상여금 산입포함 불가피할 수도

등록 :2018-02-13 05:01수정 :2018-02-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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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최대 쟁점은 정기상여금 반영여부
사 “고연봉자 혜택 불합리…넣어야”
노 “인상효과 반감…제외해야”
제도개편 늦어지면 차기인상 차질
노동계 전략적 판단 필요한 시점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따른 산입범위(산정기준) 확대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재계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기본급과 별도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숙식비 등 대다수 임금 항목을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를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로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노동 분야 여러 전문가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앞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논의 등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려면, 산입범위의 일부 조정 등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양대노총 대표자들이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양대노총 대표자들이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기상여금 산입 여부가 최대 쟁점 12일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산입범위 개편 등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제도개선 논의가 이날 끝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노사 모두 협상의 의지만큼은 강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의 최대 쟁점은 산입범위 확대 여부다. 특히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때 정기상여금을 산정기준에 넣느냐 마느냐에 관한 노사의 견해차가 크다.

먼저 사용자 쪽은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이 많아 연봉 총액이 꽤 높은데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혜를 입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기업 ㄱ제조업체의 지난해 생산직 초임 연봉은 3910만원에 이르지만 기본급 등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만 따지면 올해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의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을 준수하려면 ㄱ업체는 초임 연봉을 4150만원까지 올려야 할 처지다.

반면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든다며 맞서고 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이 논쟁은 산입범위가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키려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위원회가 한국노동연구원에 맡긴 연구용역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보면,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한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 내 전문가 티에프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27일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것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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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임금체계 개선도 필요 다수의 전문가는 기본급과 상여금의 기능에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데다 현행 산입범위는 상여금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임금체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입범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무력화된다는 노동계 우려도 일리는 있지만 언젠가 겪어야 할 과정이다. 임금 총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반감효과는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노동계는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려면, 지금의 왜곡된 임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번째 쟁점으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관계 정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지금껏 많은 기업은 기본급을 낮게 유지하면서 상여금을 늘리거나 여러 수당을 도입하는 임금체계를 유지해왔다. 기본급 수준이 높아지면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 등도 함께 오르는 만큼, 대다수 사용자는 임금 총액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기본급을 최대한 낮추려고 이런 ‘꼼수’를 써왔다는 게 노동계의 인식이다.

이런 임금체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산입범위 확대가 이뤄지면, 자칫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서 통상임금에서는 제외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연차수당 등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범위가 좁을수록 사용자한테 유리하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는 2013년 고정적인 상여금이라도 ‘지급할 때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면 통상임금에서 빠진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이번 기회에 단순히 최저임금 산입범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상임금 범위와 임금체계 전체까지 함께 논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가구생계비 반영 이뤄질까 산입범위 조정 등 최저임금 제도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지만,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따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계의 반발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공약한 노동존중 정책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사회적 합의라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오히려 지금 노동계에는 산입범위 개편을 카드로 ‘가구생계비 반영’ 등을 얻어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동계는 그동안 “노동자 1명당 평균 2~3명의 가구원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심의할 때 가구생계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라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자의 생계비’와 관련해, 이게 노동자 개인의 생계비인지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인지를 두고 노사의 견해차가 컸다. 지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반영하고 있는데, 양육비 등이 고려된 가구생계비를 반영한다면 최저임금을 추가로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최저임금위 전문가 티에프는 지난해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때 “최저임금 심의에서 반드시 노동자 1인 생계비만을 고려할 필요는 없으며 1인 노동자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가구생계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32036.html?_fr=mt2#csidxb5383f974c812639b5a11e8fee0c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