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참여마당

자유게시판 로그인 없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없을까? 노동계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대안은 연대임금제도다. 선례가 있다. 스웨덴은 1980년대까지 연대임금제도를 실시해서 노동 내부의 소득 격차를 현격히 줄였다.

스웨덴 연대임금제도에서 협상 주체는 노총과 경총이었다. 기업별도 아니고 산업별도 아니라 제조업 전체를 놓고 협상한 것이다. 또한 기업 규모를 따지지 않고 공통 임금인상률을 정했다. 덕분에 중소기업에서는 이 제도가 없었을 경우보다 더 빠르게 임금이 인상됐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임금 인상이 억제됐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수렴됐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도를 실시할 수만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스웨덴처럼 제조업 전체를 대상으로 교섭할 필요까지도 없다. 산업별 교섭만 이뤄져도 좋다. 가령 현대-기아자동차까지 포함된 금속산업 사용자단체와 금속노동조합이 교섭하는 것이다. 연대임금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노동조합이 고임금 조합원의 임금 인상을 양보하는 대신 저임금 조합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해 관철하면 된다. 달리 말하면, 하후상박(下厚上薄)이다.

그러나 이게 실현되기 힘들다. 이런 걸 해보자고 기업별 노동조합들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기업지부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단체협상이 산업별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가령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일개 지부이면서도 단체협상은 여전히 따로 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기만 하고, 산업별 연대임금제도는 공허한 이상으로 치부된다. 정답은 연대임금제도이지만, 그냥 교과서 속 정답일 뿐이다.

그래서 노동운동 안팎에서 대기업 노동조합의 각성과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10년도 더 전인 2000년대 초, 중반부터 그랬다. 지금 거론되는 임금연대나 사회연대 방안은 다 이때 처음 제출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노동자들도 할 말은 있다. 언제 1997년 같은 대량 해고 위협이 다시 닥칠지 알 수 없고(조선산업에서는 벌써 시작됐다) 한국이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도 아니니 현재의 임금 수준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잔업, 특근에 쏟아 붓는다.

악순환이다. 어떻게든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대기업 노동현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비록 과도적인 처방일지라도 지금 당장 저임금으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을 경감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 방안 중 하나는 정의당 대통령후보 선거에서 강상구 예비후보가 제시한 ‘비정규직 차별해소 임금제도’다. 강상구 후보는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정규직 협약임금의 130% 이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단체협상으로 정한 임금보다 시간당 최소 30% 더 많은 임금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호주에서는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의 시간당 최저임금에 25%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즉, 비정규직은 정규직 최저임금의 125%를 최저임금으로 받는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노동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그나마 임금 총합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근접하려는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인 셈이다.

이런 차별해소 임금제도는 정규직 임금과 비정규직 임금 사이의 직접적 상충 관계를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규직 임금에 연동해 비정규직 임금이 오르게 한다. 또한 비정규직 고용 비용을 늘려서 사용자가 굳이 정규직 아닌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릴 이유를 줄인다.

그 동안 사용자는 비정규직 증가를 통해 고용 유연성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임금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누렸다.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리는 것은 부당하다. 고용 유연성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이 필요한 것이라면,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의 과감한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은 이런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의 법제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동시에 복지 확대를 위한 근로소득세 인상 운동에도 앞장서야 한다.

복지가 확대되고 교육, 주거 비용이 줄어들면 노동자 가계가 지금처럼 임금에 목매달 이유도 줄어든다. 그런데 복지가 늘려면, 이를 뒷받침할 재정이 있어야 한다. 증세를 해야 한다. 한데 증세만큼 인기 없는 정책도 없다. 역시 악순환이다.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이 나서서 이 악순환을 깨야 한다. 소득세 인상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소득세를 인상하면, 1% 재벌이나 부유층뿐만 아니라 고임금 노동자도 세금이 늘어난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만큼 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래도 고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이게 임금 인상 자제론보다는 훨씬 받아들일만한 주장일 것이다.

사실 ‘복지증세’운동은 고임금 노동자 입장에서도 일방적 양보나 희생은 아니다. 세금 증가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복지 증가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다른 데 쓸까봐 걱정된다면, 진보정당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사회복지세’ 도입을 요구하면 된다. 사회복지세는 근로소득세에 부가해 걷은 추가 세수를 오직 복지 지출에만 쓰는 목적세다. 사회복지세를 통해 증세-복지 확대의 선순환을 경험하게 되면, 복지증세 지지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비정규직을 위한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의 법제화나 복지증세운동은 현재 조직 노동이 사회 붕괴를 막기 위해 떠안아야 할 최소한의 임무다. 이조차도 안 한다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는 연대임금제도도 불가능하고 모든 모순을 일거에 해결한다는 ‘혁명’의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사회연대를 위해 노동운동이 지금 곧바로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부터 시작하고 봐야 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5 노조가 합의한 임금피크제 비조합원에게 무효”서울고법, 신한은행 비조합원 관리지원계약직 손 들어줘 [2] 민주노조 2017.11.24 17391
1174 가만두지 않겠다 민주노동당원 2004.04.16 17330
1173 GS해복투의 2007년 여름, 단식농성과 5보 1배 이야기 (2) 민주여수 2007.08.16 17231
1172 함성지 [7] file 민주노조 2018.11.23 17226
1171 연속기획-금융노동자들, 왜 일손 멈추나 ①] 무한 경쟁, 벼랑 끝 몰린 금융노동자들 [1] 민주노조 2016.09.22 17157
1170 금융노조 쟁의행위 가결 [1] 민주노조 2018.08.09 16951
1169 ‘2017 한국 부자보고서’ [9] 민주노조 2017.08.01 16891
1168 줄세우기 없는 교실혁명,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2] 사무국 2016.07.10 16888
1167 [역사] 무적의 투표부대. 호남표의 진실을 알려주마 장산곶매 2004.04.19 16808
1166 이름만 저축은행, [2] 민주노조 2018.08.24 16692
1165 대법원 “비전임 노조간부 활동시간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포함”두원정공 단협 시정명령취소소송 상고심 … 비전임 교섭위원·조사위원 두던 노조에 악영향 우려 [1] 사무국 2016.04.22 16677
»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없을까 [12] 민주노조 2017.03.03 16514
1163 농협중앙회가 하는 일이란..... [4] 2013.03.28 16446
1162 2018년 힐링캠프 [4] file 민주노조 2018.08.10 16437
1161 cs 페지 기자회견 [6] file 민주노조 2017.09.11 16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