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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방앗간, 빵집까지…농촌 상권의 포식자 하나로마트

등록 :2017-08-03 14:53수정 :2017-08-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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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축협, 하나로마트서 파리바게뜨 운영
1km 내 빵집만 5곳…같은 브랜드 빵집 매출 40% 감소
지역 상인·주민 500여명 “골목상권 침해 중단” 서명

지역에선 막강한 영향력 농·축협, 곳곳에서 갈등
농협중앙회도 “빵집 직접 운영, 골목상권 침해다”
중소 도시에서 농·축협이 마트·방앗간에 이어 빵집 운영까지 직접 나서면서 자영업자들의 골목 상권을 빼앗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상생을 강조하는 농·축협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협동조합은 지역 농협·축협 등 1131개의 회원조합으로 구성되고, 이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연합단체가 농협중앙회다.

1일 횡성축협과 주변 빵집 말을 종합하면,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은 최근 빵집 문제로 시끄럽다. 횡성축협이 대형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뜨 운영을 시작하면서, 주변 빵집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에 빵집·커피전문점·떡집·피자가게 등 횡성 소상공인과 주민 500여명은 “축협의 골목상권 침해 중단”을 요구하며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지는 횡성군의회에 제출했다. 횡성시외버스 터미널 맞은편 건물에는 ‘횡성축협 골목상권에 빨대 좀 그만 꼽아라’는 대형 현수막도 걸렸다.

이번 갈등은 횡성축협이 지난달 13일부터 하나로마트 1층 매장에 파리바게뜨를 열면서 시작됐다. 축협 관계자는 “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조합원 모두 환영하고 있다”며 “빵집을 좀 더 책임감 있게 운영하기 위해 직접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협 주변서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 횡성군은 4만6천명이 사는 소도시다. 축협 빵집에서 1㎞ 안에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이 5곳이나 있다. 특히 축협과 790m 떨어져 있는 같은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인 지민재씨는 “한 달 사이 매출이 40%나 줄었다”며 “장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씨는 매장 일을 보고, 남편은 제빵 기사를 하고 있다. 부부는 365일 쉬는 날 없이 새벽에 나와 밤늦게 퇴근한다. 지씨는 “축협이나 매장을 내준 파리바게뜨 모두 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다”고 힘들어 했다. 다른 빵집도 비슷한 사정이다. 시장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ㄱ씨도 “경기가 좋지 않아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축협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며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 할 줄 아는 게 빵 만드는 것뿐인데 막막하다”고 했다.

개인 자영업자가 축협을 상대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상인들은 “지역에서 농·축협은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주차장까지 갖춘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에서 대부분의 생필품을 팔고, 빵집까지 있으니 소비자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다. 경제력이 있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능하다. 횡성축협은 영업을 시작한 뒤 ‘7천원어치 빵을 사면 아메리카노 1잔을 무료로 준다’는 행사를 했다가 상인들 반발로 중단했다.

횡성축협이 지금처럼 성장한 데는 지역 사회 도움이 컸다. ‘횡성 토박이’인 김광수 뚜레쥬르 횡성점 대표는 “횡성한우를 명품화 하는데 1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축협은 축협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라며 “지역 상인들 밥그릇을 빼앗는 것은 협동조합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30여곳의 하나로마트에 파리바게뜨·뚜레쥬르가 들어와 있고, 이 중 농협 4곳과 축협 2곳이 파리바게뜨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농·축협은 빵집뿐만 아니라 방앗간, 주유소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농협이 하는 방앗간 사업도 잡음이 있다. 전북 익산농협의 떡방앗간을 두고 떡류식품가공협회 등 지역 상인들이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나로마트의 무분별한 확대도 지역에선 논란거리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과 성격이 비슷한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을 55% 이상 판다는 이유로 의무휴업(매월 이틀) 등 규제를 받지 않는다. 특히 지역 농·축협은 비영리법인으로 하나로마트 출점 제한도 없다. 이런 이유로 지역에선 하나로마트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붕괴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강원도 강릉시 소상공인연합회 쪽은 “인구 21만명이 사는 강릉에 27개의 하나로마트가 있다”며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영세 소상공인의 몰락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농·축협 하나로마트는 2014년 2052곳, 2015년 2095곳, 2016년 2120곳 등 최근 계속 확대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경쟁 업체가 규제를 받는 사이, 하나로마트가 중소 도시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농·축협을 관리·감독하는 농협중앙회도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축협이 직영으로 빵집을 운영하는 것은 골목상권 침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05377.html?_fr=mt1#csidx191a5d6e8b7a995856e45714cdb57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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