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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경영진이 지부 선거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녹취파일을 공개했다.(자료=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 ||
"너 이번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선거 몇 번 해야 하는지 알지?"
"2번이 안 되면 다 죽을 줄 알아라."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가 "회사 경영진이 지부 임원선거에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24일 공개한 녹취록 중 일부다. 지부 위원장·대의원 선거 등에 은행쪽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지만 녹취록과 녹음파일 같은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의 부당노동행위 의혹 사건을 두고 파장이 예상된다.
박홍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됐지만 지부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 무효를 결정한 바 있다. 선관위는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박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고, 선거 하루 전 법원이 후보자격을 인정해 가까스로 출마했다. 그는 지난 3월 치러진 1차 선거에서 57% 지지를 받아 결선투표 없이 위원장에 당선했다. 위원장 선거가 두 번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에 사측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의혹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지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아무개 전 부행장이 위원장 선거를 앞둔 지난해 11월 전국 부점장 화상회의에서 지점장의 노조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한 녹음파일과 김아무개 전 HR(인사노무)본부장이 박홍배 위원장의 상대 후보 선거운동에 직접 개입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선관위원들이 직접 사측의 선거개입 압박을 토로하는 녹취, 비조합원인 지점장이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금지하는 노조 지배·개입 행위(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행위들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일부 본점·지점에서 부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투표가 이뤄지고, 비조합원인 지점장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하는 등 회사는 지부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며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KB국민은행의 선거 개입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는 26일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접수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주장을 했는지 알고 있다"며 "노조(만)의 주장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