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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양대지침' 헌법·노동법 훼손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비판 일어

한겨레 | 입력2016.01.24. 19:36 | 수정2016.01.24. 22:16

기사 내용

[한겨레]실무 공백 메우는 하위법령인데
상당수, 상위 법체계에 어긋나
행정력과 결합…과도한 영향력
민주노총 25일부터 총파업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정부는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관련 ‘양대 지침’ 시행을 강행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장관 명의로 작성된 하위규범인 양대 지침이 헌법과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권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정부지침이 노동법 흔들어

법체계상 ‘지침’은 근로기준법 등 법률의 위임을 받아, 실무 행정 공백을 메우는 하위법령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동안 지침은 정부의 행정력과 결합해 과도한 영향력을 가져왔다. 특히 다수의 고용부 지침은 법취지에 어긋나게 노동자한테 불리한 방향으로만 작용해왔다. 국회를 거치지 않은 지침이 오히려 노동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어온 것이다.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대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노동개악 저지와 정부지침 분쇄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대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노동개악 저지와 정부지침 분쇄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노동시간’이다. 근로기준법은 “1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으로 제한하고, 1주당 12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1주일에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용부 지침은 “연장근로가 허용되는 ‘1주’는 근무일(월~금)만 의미할 뿐 주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창조적’ 법해석에 따라 휴일근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결과적으로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52시간에 이틀치 휴일근로(16시간)를 더해 ‘1주일에 68시간’으로 늘어났다. 노무법인 참터의 유성규 노무사는 “이 때문에 노동자가 주당 52시간 넘게 근무했다고 진정해도 고용부 근로감독관들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2008년 이후 만들어진 고용부의 405개 지침·행정규칙을 검토한 결과, 상당수가 상위 법체계에 어긋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예컨대 ‘타임오프제’ 관련 지침은 △상급단체 파견 활동 △쟁의행위 준비 등을 노동시간 면제(타임오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근로자는 임금 손실 없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된 노동조합법에 견줘 노조 쪽에만 불리한 해석이다.

■ 양대 지침은 다를까?

정부는 “양대 지침은 대법원 판례를 소개할 뿐이며, 노동 현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양대 지침이 해고와 취업규칙 제도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침의 방향 자체가 법률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먼저 근로기준법은 통상해고와 관련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기조인 셈인데, 이는 해고가 인정되는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고용부 지침은 △객관적 인사평가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 등 요건을 충족하면, 저성과 해고가 가능한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 금지’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바뀐 것이다.

취업규칙도 마찬가지다. 노동법상 노동자한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다만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바뀐 취업규칙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지침은 판례의 판단 기준을 요건처럼 제시하고, 이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알리는 방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선수 전 회장은 “양대 지침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지만 그 내용은 노동법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사실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지침에 대한 입법적·사법적 통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침에 대한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등 ‘소송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양대 지침 강행은 ‘행정독재’라며 25일 정오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24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정부 정책 반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불법파업’에 해당한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현웅 최현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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