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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지난 1월 치러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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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거래은행은 농협이다. 도시에 살 때는 십수년간 K은행을 이용했지만, 귀농하고나서 농협으로 바꿨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내가 사는 시골에 있는 은행이라곤 농협과 새마을금고 뿐이어서 편의상 바꿔야 했다.

귀농 초기만 해도 나에게 농협은 시중 은행 중 하나일 뿐이었다. 물론 농촌에 살면서 농협을 가까이에서 봐 온 터라 지금은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농협을 인식하지 않을까 싶다. 

'농업협동조합'(농협)은 농민들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이다. 농협은 1950년대에 정부에 의해 설립된 '농업은행'과 '농협중앙회'가 통합하고 새롭게 제정된 '농협법'에 의거해 1961년 8월 15일 정식 출범했다. 6월 항쟁 이후 1989년 단위 조합장 직선제가 실시되기 전까지 농협은 정부에 의해 설립되고 단위 조합장도 정부에서 임명하는 등 협동조합이라기보다는 관변단체의 성격이 강했다.

직선제 실시 이후에도 부정선거 시비와 불법 비리가 속출하는 가운데 농협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조직 운영과 사업 경영에서 조합원 자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재정비하는 것이야말로 농협의 가장 오래되고도 중요한 숙원 과제다.

협동조합 '맏형'의 부끄러운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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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농협, 길을 묻다> 표지 .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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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사가 펴낸 <한국농협 길을 묻다>는 2015년 3월 11일 사상 최초로 치러진 농협 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의 새로운 진로를 위한 에세이 공모전에서 당선된 글을 엮은 것이다.

에세이 공모전의 형식을 띠고 있는 만큼 농협 개혁을 바라는 농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농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오늘날 농협의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농협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농협의 개혁과 진로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을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 속에서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농협 개혁은 더더욱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농협이 협동조합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한다면 위기의 농업과 농촌을 구하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협동조합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농촌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농촌으로 리모델링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농협 개혁은 우리 농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자,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 포함해 자산규모 240조 원, 1100여 개 지역 농협과 10만명에 달하는 직원이 움직이는 조직. 농협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협동조합이다. 한국 협동조합운동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협동조합의 맏형격인 이 거대 조직의 민낯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개혁과 변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은 불법 부정 비리로 사법처리 되어 불명예 퇴진을 했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농협 임직원들의 비리 행위에 의해 변상 판정을 받은 금액만 784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149쪽).

최근에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축산경제부문 비리와 NH개발 비리, 농협중앙회장 측근 비리 등을 수사해 온 검찰이 25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농협이 일반 사기업처럼 사경제 영역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내부비리에 대한 자체 정화 및 감시 기능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농협 부정 비리에 대해 강기갑 전 국회의원은 "기업은 죽어도 기업인은 산다는 말이 있는데 농민은 죽어도 농협은 산다는 관행을, 그리고 기록을 만들고 있는 지금의 행보를 바꾸지 않으면 농협이 농민들의 힘을 모아 농협의 배를 불리는 탐욕의 조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26쪽) 지적했다.

김희봉 전국축협노조 대전충남본부장도 "농민들의 생존권을 안중에도 없이 농협이 미쳐버린 것이다. 농촌과 농업이 이렇게 파탄 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농민들이 깨어나 단결하지 못했다. 둘째, 거대 공룡이 된 농협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셋째, 정권과 유착하는 관제 농협이 되었다. 바로 내 탓이오, 농민들 탓인 게다"라고(149쪽) 성토했다.

농협 개혁은 농민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과제

지난해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와 올해 1월 직선제로 실시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거치면서 농협 개혁 요구는 더욱 높아졌다. 양대 선거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농협 개혁을 위한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기대에 부응할 만큼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이다. 농협이 농협답게, 우리 농촌과 농업을 살릴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들은 조합원 중심의 농협으로 거듭나는 것을 농협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1인 1표, 조합원 중심의 민주적 운영이 담보되어야 고질적인 농협 비리도 근절할 수 있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조합원 중심의 농협으로 바꾸는 것은 농협개혁운동의 출발점이자 목표점이다.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한다면, 농민들이 풍년에 수확한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은 없을 것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 먹거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대형 유통업체의 압력에 대응해 거래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농업을 수입 사료와 화석 에너지에 의존한 농법으로부터 해방시켜 지역순환형 농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농민의 소득 문화 복지 수준이 향상돼 농촌이 더욱 살만한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지금처럼 농민의 이해에 반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자유무역협정, 농지법 개정 등)을 함부로 수립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는 글, 5쪽)

농협이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면 농민들의 생산과 유통을 지원하고 농업과 농촌을 재생하는데 역할을 다해야 한다. 농협의 진로는 곧 농업의 진로, 농민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명박 정부는 농협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라는 주식회사 체제로 분할했다. 농협중앙회는 자산의 대부분을 쏟어부어 NH금융지주체제 출범에 전력을 기울였고, 결국 금융주식회사의 대주주이자 유일주주가 되었다.

농협중앙회가 유일 대주주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전 지역농협에 공문을 보내 "NH은행 및 NH생명 손해보험 주식회사 등이 조속한 시일 내 금융시장 안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라"고 명한 것이다.(164쪽) 더구나 분할 과정에서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12조 원 중 6조 원을 정부에서 출연한다는 약속을 어김으로써 농협은 11조 원의 빚더미를 떠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농협다운 역할을 과연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깊다.

'우리는 농협을 농민 품으로 되찾아오는 일을 범농민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농업의 문제, 협동조합의 문제는 농민 문제를 넘어 범국민적 사안으로 확대되어 있다. 협동조합 운동이란 소속된 조합원들의 경제적 풍요로움이나 생활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 위주의 개인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너와 나에서 우리로 퍼져나가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키워가는 것이기도 하다.' (27쪽)

필자들은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되는 세력에, 고령농이 대부분인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농협을 개혁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농촌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농민과 시민이 연대해 농촌 살리기에 나설 때 농협 개혁도 가능하다. 농민이 시민과 함께 식량 문제를 고민하고 농협 개혁을 국가 현안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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