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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죽이는 구조조정 '원샷법'

2016.02.05 12:48

사무국 조회 수:13159

<header>-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header>
  
▲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소위 원샷법 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4일 본회의를 열어 원샷법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경제살리기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반대했지만 비정규직법에 비해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않은 채 법안이 통과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원샷법은 조선과 자동차·철강 등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정부는, 기업이 부실해진 뒤 구조조정은 공적자금 투입이나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므로, 자율적이고 선제적인 사업재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업 구조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주와 채권자, 고용승계 절차를 피해 최대한 빠르게 사업재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때 사업재편이란 합병과 분할로 사업 구조와 분야,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원샷법에서 쟁점이 됐던 것은 대기업의 소규모 합병을 수월하게 만들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 합병을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점이었다. 상법은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인해 발행하는 신주의 총수가 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 존속하는 회사의 주주총회의 승인은 이를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샷법 제16조는 이 조항 중 '100분의 10'을 '100분의 20'으로 늘려 손쉽게 합병할 수 있는 회사 범위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샷법에 따르면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효과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내용이 쟁점이 되면서 야당은 "재벌특혜 부작용을 막는 조치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사업재편계획의 목적이 생산성의 향상보다는 경영권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하거나 변경승인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그리고 심의위원회에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포함되도록 만들었다. 추후 악용사실이 밝혀질 경우 금전적 지원액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악용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문제는 ‘쟁점화되지 않은 부분’에 있다. 원샷법의 문제는 청와대에서 무의식 중에 밝혔다. 청와대는 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고 중장년층 실직자들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신속한 재취업을 위해 파견노동자 허용대상을 늘려야 한다면서 원샷법과 비정규직법의 연계처리를 주장했다.

다시 말해 원샷법 통과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점을 실토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저성과자 해고지침은 말로는 ‘능력주의 인사관리’지만 실상은 일상적인 구조조정 지침이다. 그리고 원샷법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도 손쉽게 만들었다.

한국 정부는 97년 경제위기 때에도 ‘구조조정’을 대응책으로 내놓았다. 그때의 구조조정이란 실은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금융 구조조정이나 공공 구조조정은 기업 인수합병과 더불어 일하는 노동자들을 내쫓는 방식이었다. 기업들은 그렇게 노동자들이 쫓겨난 자리를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이로 인해 지금 전체 노동자의 50%가 비정규직이며, 한 달에 200만원 이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다. 살아남은 노동자들도 경쟁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사이 재벌 규모는 늘어났고, 경제적 영향력은 더 커졌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710조원에 달한다. 노동자들의 희생에 근거해 재벌들만 살아남고, 그렇게 살아남은 재벌들은 다시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도 강화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다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법을 통과시켜 왔던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위기가 닥쳐오자 97년과 마찬가지로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일반해고라는 미명하에 상시적 구조조정도 가능하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산하겠다고 한다.

결국 재벌들만 살리고 노동자들은 죽어 나가는 해법을 또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이것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헬조선’이 된 지금의 현실이 증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노동자들의 관심이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머물러 있는 동안 정부와 재벌은 원샷법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법안에 주목했다. 이제는 하나의 법을 막아 내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재벌 중심 정책을 뒤집고,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한다. 위기의 해법은 결코 구조조정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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