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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노동부·재계가 노동시장 유연화 모델로 꼽아

2000년대 초 독일은 9~1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성장 정체로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하지만 2003년 슈뢰더 사민당 총리가 추진한 하르츠 개혁 후 독일에선 ‘고용 기적’이 일어났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2009년 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은 이번(금융위기) 경기침체를 미미한 일자리 감소만을 경험하면서 인상적으로 돌파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와 재계는 한국의 노동시장 개혁 모델로 독일을 꼽고 있다. 하르츠 개혁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 고용률 증대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독일을 봐라. 파견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니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시각에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하르츠 개혁의 실증적 효과를 놓고 독일 내 평가는 분분하다. 하르트무트 자이퍼트 전 한스 뵈클러 재단 경제·사회과학연구소 소장(사진)도 “하르츠 개혁 때문에 독일이 고용 안정을 이뤘다는 실증적 데이터는 없다”는 쪽이다.

자이퍼트 소장은 지난 25일 ‘독일 재규제 정책의 한국 사회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노동포럼에서 “하르츠 개혁은 저임금·비정규직 확산으로 이어졌고 독일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정 최저임금제 도입, 파견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르츠 개혁이 초래한 부작용을 치유하는 작업이 다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자이퍼트 소장은 “고용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는 2005년과 2013년 사이에는 파트타임·미니잡 노동자가 증가된 고용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했다”며 “그 결과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 정규직 일자리가 노동시간이 짧은 일자리로 쪼개져 고용이 유지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르츠 개혁 후 도입된 미니잡은 월 소득 400유로(2013년 이후 450유로) 이하를 받는 일자리이며 사회보험 납부 의무가 없다.

자이퍼트 소장이 주목한 것은 노동시간 유연화를 이뤄낸 단체협약이다. 해고보다 노동시간 조절을 통해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독일에는 일이 없을 때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이 많을 때 늘리는 근로시간 계좌제도를 활용해 노동시간 유연성을 최대화하면서도 임금은 유지하는 제도가 발달했다. 그는 “하르츠 개혁이 아니라 단체협약을 통한 노동시간 유연화가 고용 보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