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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성과급?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경향신문|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입력 16.10.14. 20:49 (수정 16.10.1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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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과연봉제를 해야 조직 효율성도 올라가고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아요.”

“성과연봉제는 사람들끼리 서로 경쟁을 시켜서 인간관계가 황폐해지고 조직 효율도 저해됩니다!”

약 10년 전 논쟁이 다시 불붙었고, 마침내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노사 대립이 파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행정기관이나 공기업 조직들에서는 노사 간 대화나 협의 없이 거의 명령처럼 결정되고 강행된다. 학교, 병원, 행정, 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위에서’ 하라고 하면 무조건이다. 사회 갈등이 커지면 국가와 자본은 늘 공권력이나 언론의 이념 공세를 통해 갈등을 잠재운다. 운동가들은 쫓겨 다니고 상처 위에 상처를 덧대 살맛까지 잃는다. ‘헬조선’의 또 다른 면이다.

성과급, 무엇이 핵심인가? 그건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들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할까? 다차원의 변수가 있지만, 이미 10여년 전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부문 성과급제 보고서’만 봐도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을 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성과급과 같은 외재적 동기 부여보다 만족스러운 직무 내용이나 일을 통한 발전 전망 등이 더 우선이다. 내재적 동기 부여가 더 중요하단 말이다. 성과급은 잘해봐야 3순위 정도다. 그래서 성과급을 도입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 특히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 형성이 중요하므로 충분한 소통이 필수다. 이렇게 OECD 차원의 결론이 나와 있는데도 그간 한국 사회는 이로부터 하나도 배우지 못한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알코올중독자가 어젯밤 일을 까마득히 잊고 오늘 또 주사를 부리는 것처럼.

이 보고서엔 12개국 사례가 소개됐는데, 반갑게도(?) 한국도 있다. 그 역시 공공부문 성과급제 도입이 늘 긍정적 동기 부여를 낳는 건 ‘아니’라 했으며, 특히 직원들 사이에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반생산적’이란 성찰까지 담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지난 10년 이상 한국 사회가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과 사회를 혁신해왔어야 하는데, 여전히 파업 유도 후 용역 깡패나 공권력 투입, 손배 가압류 등으로 노조를 깨부수는 ‘창조적’ 노동통제를 하는 건 웬일인가?

과연 한국 사회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더 건강한 대안을 찾는, 참된 학습 능력이 부재한가?

보다 차분히, 과연 우리가 공공부문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뭘 의미하나? 5000만의 관심사, 교육 분야부터 보자. 교사들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단지 평가 점수를 많이 따는 게 아니라, 아이들 꿈과 잠재력을 북돋우면서도 자존감과 협동심을 키우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교감에게 잘 보이거나 큰 대회에서 아이들 상 받게 하는 건 좋은 지표가 아니다.

행정기관은 어떤가? 고위층에 성과연봉제가 실시되니 점수 따기 위해 온갖 화려한 일거리만 만들 뿐, 정작 중요한 대국민 서비스는 외면했다. 상하 막론하고 행정당국이 해야 할 일은, 부동산 투기를 잡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농민, 노동자, 청년, 여성들이 미래 걱정을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삶의 질’ 관점에서 구조와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다. 윗사람에게 잘 보여 한자리 하는 게 유능함이 아니란 말이다.

병원은 어떤가? 공공·민간 관계없이 병원이 일 잘한다는 것은 환자를 가족처럼 정성스레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를 비싼 기계 아래 집어넣고 검사를 얼마나 많이 했으며 약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 시간당 환자 몇 명을 받았는지에 따라, 그리하여 돈벌이를 얼마나 했는지를 보고 일 잘한다고 판단해선 안된다. 더욱이 공권력에 의한 죽음을 ‘병사’라고 기만한 의사는 유능함이 아니라 전문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그러나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조직 구성원 내부의 분열과 사기 저하다. 겉보기에 성과주의를 하면 ‘모두’ 열심히 할 것 같지만, 하는 ‘척’만 할 뿐이다. 서울 동부병원처럼 성과급을 도입했다가 몇 년 시행 끝에 철회한 곳도 많다. 심지어 GM이나 GE, MS 같은 기업들조차 성과급을 포기했다.

사람을 돈으로 부추기는 것은 100년 전 F W 테일러의 철학이다. 사람을 돈벌이 기계로 보는 관점이다. 21세기는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경영, 감동경영을 해야 한다. 1%가 99%를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99%의 협업이 있기 때문에 1%의 탁월함도 나온다. ‘발상의 전환’에 답이 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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