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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빈민들의 반란을 왜 ‘폭동’이라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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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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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운동은 일본 식민주의자에게 ‘소요’, 5·18은 전노 일당에게 ‘폭동’
    봉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모순들…그들에겐 모순에 저항할 권리가 있어

    » ‘제3세계 아니에요’ 영국서 폭동 발생 영국 경찰들이 진압용 장비를 갖춰 입고 7일 런던 북부 토트넘의 불타는 건물 앞에 서 있다. 런던/로이터 뉴시스
    피억압자와 억압자 사이의 중요한 투쟁 중의 하나는 바로 언어를 둘러싼 투쟁입니다. 특정 용어(기표)들이 특정 이데올로기와 이미 연결되어 있는 특정 담론을 소환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일본 식민주의자들에게는 3·1운동은 ‘소요’이었고, 전두환/노태우 일당에게는 5·18민주화항쟁은 ‘폭동’이었습니다. 이러한 용어(기표)들을 쓰는 그 순간, 우리는 이미 명분 없는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 정신있는 사람에게는 3·1운동은 ‘소요’가 아니고, 5·18민주화항쟁은 ‘폭동’이 아닙니다.

    한겨레마저 ‘폭동’ 용어 사용  

     그러나 놀랍게도 <한겨레>와 진보언론들마저도 지금 영국의 런던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빈민들의 반란·봉기를 고집스럽게도 계속 ‘폭동’이라고 부르고, ‘난동’, ‘폭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합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본다면 정당한 명분에 나름대로 충실했던 3·1운동이나 5·18운동과 달리 지금 런던에서 가게를 약탈하는 등 우리가 쉽게 ‘반사회적 행동’으로 여길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뉘앙스를 잘 봐야 합니다. 3·1운동이나 5·18민주화항쟁은, 어디까지나 부당한 정치적 권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적 운동이었던 반면, 지금 영국에서 일어나는 빈민들의 봉기는 정치 영역과 직접적으로 무관한, 사회ㆍ경제적 영역에서 불만의 누적으로 인해서 일어난 사회적 운동이고, 경제적 갈등을 축으로 하는 운동입니다. 이러한 성격이 강한 운동인 이상, 중산층의 사유재산에 대한 도전, 즉 ‘약탈’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는 있다 해도 피지배자들이 사회적 불의에 맞선다는 의미에서는 이번 영국의 빈민 반란은 아주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전설적인 여러 민중 운동들과 맥을 같이합니다. 우리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폭동과 같은 ‘적대적인 용어’들을 멀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갈등의 핵심은 새로운 빈민층의 출현   

     갈등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신자유주의 도입과 유럽사회 소외계층들의 ‘제3세계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빈민층의 출현입니다. 전통적 빈민층인 저임금 노동자계층과 달리, 이들 ‘신흥 빈민층’은 아예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할 수 없습니다. 직장 자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임금이나 최저임금 등을 논할 수도 없습니다. 반란의 진원지인 토트넘 지역의 경우 직업을 불문하고 구인공고가 나기만 하면 평균 약 55명 정도가 모여든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로 망가진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이 정도로 어렵습니다. 보다 나은 동네로 이사를 가자면 런던 중산층 거주지의 살인적인 집세를 감당해야 하고, 고학력 직장을 잡자면 일단 연간 9천 파운드에 이르기도 하는 대학 등록금을 감당해야 합니다. 전체 인구 중에서 최고 부자들의 10%가 가장 가난한 사람 10%보다 약 273배나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불평등이 만연한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젊고, 못 배우고, 돈 없는 실업자들이 갈만한 곳은 아예 없습니다. 게다가 백인이 아니라면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일조차 어려워집니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계속 걸려 모욕적인 대접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란이 일어난 지역의 경우 흑인이 백인보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릴 확률이 26배나 더 높답니다. 불평등과 폭력, 미래와 희망의 절대적 부재를 늘 직면한 실업자,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마약거래나 미등록 저임금 노동 (계약 없는 아르바이트 등), 폭력조직에서 싸움으로 시간 보내야 하는 젊은 유색인들이 쌓인 분노를 참지 못해 각목을 들고 부자들의 재산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요? 반란 가담자들이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그들은 부자들이 여태까지 약탈해온 재물을 그저 공유하고 싶어할 뿐입니다.

     


    혁명의 음악을 귀담아 들으라 

     이번 런던 등지의 봉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모순’들입니다. 극소수 부유층의 재산 증식을 최대화는 데 초점이 맞춰진 체제는 이와 동시에 상당수 빈민층의 고통을 최대화합니다. 왜 빈민층이 이 구조적인 약탈을 가만히 앉아서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에게도 구조적 모순에 저항할 권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의 산발적·국지적·비조직적인 저항을 하나로 연결해 조직적인 혁명운동으로 이끌 만한 좌파세력이 영국에 없다는 점입니다. 사회노동당 등 ‘혁명’을 내세우는 일부 정당들은 있긴 하지만, 주로 중산층 출신인 지도자·활동가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이끌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조직노동운동이 이 반란과 손을 잡아 체제 전체를 흔들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억압을 참지 못하고 일어선 빈민들은 잔혹할 때도 있고, 무의미하다 싶은 정도의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습니다. 그들을 억눌러온 잔혹한 체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하면 그들이 가해자로 보인다 해도 실제로는 피해자들이고, 그들의 행동은 전체를 놓고 보면 정당할 뿐입니다. ‘억압에 대한 저항’은 그 형태는 어떻든 간에 근원적으로는 늘 정당합니다.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 알렉산드르 불르크(http://en.wikipedia.org/wiki/Alexander_Blok)도 1918년 ‘러시아혁명’의 잔혹성을 비난하는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답하면서 ‘혁명의 음악을 귀담아 들으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총성이라 해도, ‘인류 해방을 위해 울리는 총성’이라면 그 속에 음악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혁명가가 아닌 자유주의자였지만 블로크도 ‘위대한 시인’이었고, 그 음악을 듣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저는 지금 똑같은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발 이 반란의 불타는 소리, 창문 깨지는 소리 속에서 우리 시대의 아픔을 전해주는 음악을 들어주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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