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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7일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57명 가운데 무려 40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참사였다. 그럼에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원청업체 대표는 2008년 7월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노동계는 “노동자 1명의 목숨이 고작 50만원이냐”며 반발했다. 법원은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부실을 인정했지만 “업체와 피해자들의 유족이 원만히 합의했고, 피고인들 모두 범죄 경력이 없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7월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다 하청노동자 4명이 냉매가스 유출로 질식해 숨진 사건에서도 원청업체인 이마트는 처벌을 피해갔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이마트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해 다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탄현점 지점장과 이마트 법인에 각각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게 전부다.

이처럼 원청업체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중대 재해를 막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숨져도 원청 사업주들은 벌금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 만큼, 산업안전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번 여수산단 폭발사고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들도 모두 하청이었다.

17일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안전의무 소홀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등 관리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돼 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우선 일반적인 산재 사망 사건부터 처벌이 미약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재해로 1년에 평균 2500명(하루에 6.8명)이 숨지고 있지만, 대법원의 사법연감을 보면 2006~2011년 6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1심 기준)받은 사람은 15명뿐이었다. 상급심으로 갈수록 형사처벌 수위는 더욱 낮아진다.

산재 사망에 대해 사업주 처벌이 관대한 사회 분위기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사고의 대상이 됐을 때는 특히 복잡한 계약관계로 인해 원청업체 처벌은 더욱 어려워진다. 전형배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지난해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제도의 실효성’ 보고서를 보면, 2009~2010년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에 대한 6건의 대법원 판결을 분석해 보니 원청업체 대표가 형사처벌된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영국은 기업살인법을 만들어 노동자 1명 사망에 6억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사법부는 아직도 산재는 당연한 죽음으로 생각하고 있다. 산재 사망은 기업살인이다. 처벌 강화를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한편, 원청업체가 산업안전에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