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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년 임시직, 2년 파견 땐 사용사업주가 실제 사용주”
경기대 해고는 무효…임금 지급

“김아무개씨는 2007년 9월부터 경기대 후생복지센터에서 기간제 사무원으로 일해왔다. 2년간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학교 쪽은 일단 ‘다른 형태의 계약’으로 더 근무하다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직원 6000명으로 국내 최대의 파견업체인 ㅇ사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채용 결정부터 임금 및 근로조건까지 모두 학교 총무팀 직원이 도맡아 처리했다. 임금도 학교가 ㅇ사에 보내면 ㅇ사가 수수료만 떼어 다시 김씨에게 보냈다. 김씨는 2009년 9월 ㅇ사 소속 파견 근로자가 된 뒤에도 이전과 같은 부서,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임금과 근로조건으로, 같은 업무를 했다. 2년이 다 된 2011년 8월말, ㅇ사가 김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학교 쪽은 얼마 뒤 김씨의 자리를 뺐다.”

 기간제 근로자가 파견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었다가 결국 해고된 전형적인 사례다. 편법을 동원한 이런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조해현)는 김씨가 학교법인 경기학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김씨의 해고는 무효”라며 해고된 날부터 복직 때까지 월 2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판결은 경기학원 쪽이 상고를 포기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러 사실을 보면, ‘파견 사업주’인 ㅇ사는 채용, 임금, 교육훈련 등에서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형식적·명목적 사업주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에 ‘사용 사업주’인 경기학원은 실제로 지휘명령을 하고 고용관계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했다”며 “김씨가 2009년 9월 ㅇ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김씨와 경기학원 사이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 원고용주(여기선 파견·하청업체)의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근로자가 제3자(여기선 원청업체)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등 이 제3자와의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으면 제3자, 즉 원청업체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례대로 김씨가 경기대 소속 근로자라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씨는 애초 2년간의 기간제 근로를 끝낸 2009년 9월부터는 무기계약 근로자가 된 셈이 된다. 당연히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는 무효다.

 이번 판결은 파견·하청업체가 ‘독립적인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도 실제 원청업체를 고용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그동안 법원은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업체 등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나 독립성이 없는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에 대해서만 실제 원청업체 소속 근로자로 인정해왔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김선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파견업체가 독자적인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도, 기간제 근로와 파견근로를 왔다 갔다 하는 등 사실관계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 사업주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인정해, 편법적 관행에 철퇴를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근로자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과는 달리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간을 미리 정해놓고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관련 법은 그 기간이 2년을 넘길 경우 정규직이 된 것으로 본다.

 

 파견 근로자

 소속은 파견업체로 돼 있으면서 일은 파견을 간 제3의 사업장에 하는 형태의 노동자를 말한다. 따라서 일을 시키는 사람과 월급을 주는 사람이 다르다. 이런 고용 형태는 제조업 등 32개 업종에서는 금지된다.

 

 무기계약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로, 대개의 처우는 비정규직과 같으나 고용 기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정년을 보장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최근 공공기관이 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