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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후와 ‘도가니’ 판사가 무엇이 다른가?

[기고] 정진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사퇴해야

백선영(민주노총 성폭력사건 피해자지지모임) 2012.03.12 14:06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도가니’에서는 장애아동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가해자들에 의해 온갖 폭력을 당하고도 휴지조각처럼 버려지는 아이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 운동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서도 ‘도가니’의 현실들이 절묘하게 겹쳐진다. 성폭행(강간미수)을 가하고도 술에 취해 몰랐다며 피해자를 조롱했던 가해자, 조직을 위해 피해를 감수하라며 함구를 종용했던 2차 가해자들, 계속되는 피해자의 모멸감과 분노 그리고 고립,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에서는 여성조합원이 운동 사회 내에서 어떻게 도구화되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주었다. 피해자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외면당해왔고, 조직의 수장이라는 자가 펼치는 온갖 정치 공학적 술수와 기만들을 목격해야 했다.

끝내 그 조직의 수장은 소위 ‘진보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되기에 이른다. 조작된 팩트를 믿으려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도가니’에만 있는가? 영화 속 권력자들, 정신 나간 종교인들만이 아니다. 반성은커녕 국회의원 출마까지 선언한 정진후, 아직도 정진후의 비례대표 공천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으려는 어리석음이 어떻게 사람 하나를 죽이고 있는지 알려하지 않는다. 진실은 형언하기에도 끔찍한 피해자의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어리석은 자들은 여전히 ‘정치 놀음’에만 매진하고 있다.

[출처: 자료사진]

영화 ‘도가니’와 정확하게 오버랩된다

영화 '도가니'의 판사는 무참히 성폭력 가해를 하고도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던 가해자들을 사법권력 체계 속에서 징역 몇 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해 사실상 ‘무죄’로 만들어주었다. 정진후는 전교조라는 조직 안에서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제명을 단순경고로 바꿔주었다. 2차 가해자들은 당시 전교조 최고 간부들로서 범행 현장에 와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손 모, 조직을 위해 피해를 감수하라며 함구를 종용했던 당시 위원장 정 모, 민주노총 위원장 도피 관련 대책회의에서 피해자를 압박하고 성폭력을 인지한 후에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박 모 등이었다.

이들에 대한 단순경고 처리는 결국 정진후와 그의 비호세력들이 이 사건을 경미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하며, 고통 속에 방치된 피해자를 유기하겠다는 선언과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 이후 열린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피해생존자와 많은 대의원들의 요구사항들은 모조리 ‘부결’되었다. 정 전 위원장은 피해생존자에게 일방적인 독대를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대의원대회가 열리자 그는 피해생존자가 버젓이 보는 앞에서 2차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안을 폐기하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의 결과도 수용하지 않았다. 전교조를 성평등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계획 등 가장 기본적이고도 마땅한 피해생존자의 요구조차 철저히 묵살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이러한 정진후의 행위가 ‘피해자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최선의 노력’이라 포장하며 들통 날 거짓말을 수준급으로 하고 있다. 단순 경고로 끝난 2차 가해자들은 민주노총 사무국에 채용도 되고, 여러 현장에 활보하고 다니며 “자신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양 위세를 떨고 다녔다. 그 사이, 2차 가해자들과 조직을 믿은 피해자는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도 최선의 힘을 다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럼에도 조직은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피해 사실조차 날조하려 했다. 이에 피해자는 깊은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껴야 했고, 결국 조직을 탈퇴해야만 했다. 삶 자체가 끔찍해 철로 위에서 세상을 떠난 ‘도가니’ 속의 피해 아이처럼, 성폭력 피해자는 개인이 속한 공동체나 지역 사회를 떠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가해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다.

정진후 그리고 그가 감싼 2차 가해자들의 행위는 어떠했는가

‘도가니’에서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수차례의 성추행과 폭행을 일삼아 온 교사와 교장의 끔찍한 악행들이 고발되었다. 악행들을 직접 저지른 자도 문제였지만 학교 내에 있는 모든 교직원들은 이를 방조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더욱 컸던 상처는 가해를 방조하고 또 다른 가해를 낳게 한 교내 교직원, 사법부 관계자 등의 2차 가해자들이었다. 이번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서 2차 가해자들의 행위는 단순한 실수이거나, 일시적이고도 우연적인 게 아니었다. 이들이 저지른 가해에 대한 비호와 침묵, 조직 보위 등으로 이어지는 행동들은 일정한 체계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자신은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결코 취약하지 않으며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는 지점을 먼저 어필한다는 점이다. 2차 가해자중 한 명인 정 모 전 위원장은 “김보은 사건(성폭행 의부 살해 사건)때 전교조 대표로 여성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활동한 바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결코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을 밝혔던 그는 성폭행 피해에 대한 고소를 상의하는 피해자에게, 내연의 관계로 몰아갈 것을 염두에 둔 언론 보도까지 꺼내며 고소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다. “그런 관계로 언론에 보도되면 선생님이 힘들어진다”라는 말은 곧 “내연의 관계가 드러나면 당신은 좋겠느냐?”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정 모는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를 거의 조직폭력배가 연출하는 수준으로 막아서고 아주 악랄하게 겁박하였다. 그럼에도 그는 뻔뻔하게 ‘2차 가해가 대체 무엇이냐?’고 물으며 2차 가해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중단할 것을 말하고 있다. “조중동에게 폭로되면 안 된다, 고소는 말아 달라”는 얼음장 같은 말들이 겨우 피해자를 위한 진심어린 걱정이었다고 덧씌우면서.

두 번째,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기 이전에 조직보위를 중심에 두며 조직적 이해관계에 복무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모든 가해자들이 일관되게 보여 온 것으로 애초 사건 초기에 피해자의 견해는 묻지도 않은 채 허위 진술을 강요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보위가 우선인 민주노총 대표자를 위해 모두가 똘똘 뭉쳐 피해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성폭행 가해자를 고소조차 못하게 했다.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이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함구했다는 가증스러운 핑계로 피해자를 회유하려 하였고 사건의 조직적 공론화를 막았다. 이들은 성폭력 사건으로 우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훼손된 조직의 명예를 먼저 생각했다. 피해자의 고통은 ‘조직보위’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은폐되었다.

세 번째, 조직 내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가해자 복권과 사면을 ‘관철’시킨다는 점이다. 앞에서는 들어주는 척하면서 자신들끼리 짜고 피해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행위, 정진후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전 전교조 위원장인 정진후는 본래 제명하기로 결정된 정 모, 손 모, 박 모의 2차 가해 사건에 대하여 진상조사 결과에 반하는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에 대한 혐의 없음’과 ‘전교조 활동에 헌신한 점’을 들어 매우 경미한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정진후는 2차 가해자 3인의 재심의 요구는 모두 수용하고 피해자의 요구는 전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조직 내부 규정에도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완전히 짓밟고 무시했다.

네 번째,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정 모 전 위원장은 오히려 성폭력 은폐주범이라 낙인찍힌 것은 자신이라며 자신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올리기도 했다. 피해자의 반박으로 금새 그가 주장하던 것들이 허위로 들통 났지만 ‘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있어서인지 일부 조합원들은 구명운동까지 벌여준다. 정진후는 자신이 엄청나게 깊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다는 듯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도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정진후는 가해자 구명운동에 앞장 선 이들에게는 벌벌 떨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게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다섯 번째, 모르쇠로 일관하다가도 결국은 공동의 정치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2차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요구를 묵살하였고, 치유에도 무관심했다. 그런 가운데 생뚱맞고 형식적인 사과를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에 내걸며 다시금 피해자를 들쑤셨다. 반성은커녕 인정도 안하고 있는 자들이 갑자기 ‘사과’를 한다고 하니 이런 웃지 못 할 코메디가 있는가. 정진후는 공천 논란이 불거지자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그건 알아서 생각하시라”라고 말하며 의기양양하게 해명을 회피했다. 그 스스로도 피해자 앞에서 전교조가 성폭력 사건 해결에 무원칙했다는 걸 인정했던 과거가 있으니 해명조차 무의미하다는 걸 알 것이다. 저지른 자들이 해온 오랜 관행은 사건 하나 터지면 입을 다물면서, 다른 사건을 터뜨려 자신의 과오를 덮는 등의 일련의 정치적 행위들을 하면서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향후 정진후의 행보가 더욱 악랄해지기 전에 정진후와 그가 감싼 자들이 어떤 가해를 했는지, 활동에 복귀조차 못하는 피해자를 두고 어떻게 활개를 치며 다니는지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출처: 자료사진]

든든한 뒷백, 커넥션

‘도가니’에서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교장의 가해 사실이 발각되자 유착 관계에 있던 경찰조차 그의 뻔뻔한 거짓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은 가해자들에게 ‘은퇴한 부장판사 잘 골라서 구워 삶으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진실은 하나이기 때문에 경찰조차 스스로 조작할 힘이 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뻔뻔함이다. ‘도가니’의 가해자들이 은퇴한 부장판사 잘 골라서 커넥션을 맺었던 것처럼 정진후는 기댈 수 있는 정당 한 곳을 표적 삼았다. 그의 절절한 호소를 찰떡같이 들어주는 이정희가 있었기에 그는 ‘정치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피해자 하나 쯤 짓밟아도 된다는 술수로 그는 피해자를 또 배신했다. 해고자 출신 정진후는 지역 조합원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위원장 자리에도 앉았으며 거기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가 되어 여차하면 국회의원 뱃지까지 달 수 있게 되었다.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가 있건 말건,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온 것이다. 이 쯤 되면 지역토착세력으로써 지역 발전에 힘을 쓴 인물이라며 성폭력 범죄를 눈감아주고 자신은 가해자와 한 편임을 입증시켜준 사법부의 커넥션과 정진후-이정희의 커넥션은 너무도 많이 닮아 있음을 알게 된다. 가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거나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식의 발뺌은 안 통한다는 것을 하다못해 영화 속 경찰조차도 알고 있는데, 어떻게 통합진보당 대표라는 자가 성폭력 2차 가해자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성 평등한 조직 건설조차 거부하는 정진후 같은 자에게 공천을 내줄 수 있나.

전관예우 - ‘조직에 대한 공헌’으로 가해자 감싸기

‘도가니’에서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명백한 범죄의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호사, 검사와 판사가 한 편이 되어 전관예우의 관행을 따른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전교조의 감경행위, 가해자 구명 운동은 대표적인 전관예우 관행이다.

통합진보당도 똑같다. 이들도 정진후에 대한 공천을 문제 삼자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맞서 꾸준히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원’을 해왔기 때문에 그를 비례대표로 앉혔다. 피해자도 민주노동당에 후원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권의 총체적 탄압 속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숨겨주었고 이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까지 입은 당사자이다. 헌데 통합진보당은 당사자의 뒷통수를 쳤던 정진후란 자를 공천시켜주었다.

‘도가니’ 속의 전관예우가 가해자를 살려주었듯, ‘조직에 대한 공헌’을 높이 사는 것으로 전교조와 통합진보당은 2차 가해자들을 살려두었다. 이번 사건은 법원에서조차 ‘노동운동에 대한 공적이 성폭력 가해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전교조, 통합진보당은 ‘진일보한’ 도가니 사법부보다 못하다.

어찌 판사 하나뿐이랴. 이들이 한 행위는 악랄하기 짝이 없는 현대차 자본이 행한 작태들과도 똑같다. 현대자동차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해결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희롱당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해고해놓고서, 조장과 소장이었던 가해자들을 고용승계 해주었다.

피해자가 조직에 세운 공헌은 망각한 채 직함이 높은 가해자를 살려주는 것, 자기편을 곳곳에 심어놓고 피해자를 비방하거나 고립시킴으로써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함을 입증시키려는 행위들, 그것이 행해지는 맥락들이 전교조, 통합진보당, 현대자동차 안에서 일관되게 일어나고 있다.

정진후, 즉각 사퇴해야

결국 정진후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공감과 해결 노력의 과정을 밟아온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자기 합리화 과정을 밟아온 셈이다. 정진후는 성폭력 피해자를 짓밟고 그 피해를 악용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정신 못 차리고 정진후를 싸고도는 이정희를 비롯한 통진당 내 ‘일부’ 당원들, 정진후를 지지하는 전교조 ‘일부’ 조합원들, 당신들의 존재로 피해를 입는 것은 피해자다. ‘이것이 진실이었냐?’고 묻기 전에 제발 명백히 존재하는 진실을 보길 바란다.

이미 피해자는 일터, 주변 관계, 자기 삶의 모든 현장에서 철저한 ‘파괴’를 경험하였다. 가해자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호소를 해도 피해자가 겪는 ‘가혹한 현실’을 결코 알 수 없다. 이미 정진후를 비롯한 정진후 비호세력들은 이 단계를 넘어섰다. 가해자 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하는 정진후, 당신들이 해온 온갖 술수로 피해자를 매도할 것이 다음 수순임은 명약관화하다. 우리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자진 사퇴는 이를 막기 위해서다. 제발 피해자를 두 번 죽이지 마라.

정진후, 당신이 눈과 귀를 닫고 외면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이상 주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경고다. 성폭력 가해를 두둔하는 자신이 정말로 비례대표로 나갈 자격이 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 그리고 즉각 사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