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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안 제기 성공했으나
현실적 대안을 찾기 위한
바람직한 운동방식은 뭔가

» 고민 깊은 민주노총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며 23일간 단식을 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맨왼쪽)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3층 회의실에서 단식 중단과 8월 투쟁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희망버스의 끝은 어디인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한 꿈을 나누기 위해 출발한 희망버스의 종착지를 놓고 진보진영 내부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희망버스가 자본에 의한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우리 사회 현안으로 제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현실적인 해법을 찾으려면 자본과 시장에 대한 좀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바람직한 운동방식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기도 하다.

논쟁의 초점은, 정리해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허용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이다. 한편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리해고 없는 사회’란 불가능한 목표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운동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를 우리 사회의 기본원리로 수용하는 한 쇠락해가는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공장 폐쇄나 이전을 무조건 부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기업의 정리해고란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기업의 적극적인 정리해고 회피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버스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정리해고라는 문제에 갇혀, 그보다 앞서 잘려나간 비정규직의 문제를 소홀하게 다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노동의 유연성 완화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평등 해소에 운동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가 빈발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제라고 반박한다. 정규직이 비면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는 게 자본의 논리라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규직을 지키는 것은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막는 선제적 조처가 된다.

희망버스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꿈이 모여 있다. 평범한 시민과 대학생, 의료인, 종교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성적소수자, 철거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각자의 희망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자기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공감이 사회적 연대로 표출된 것이다. 희망버스가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연대와 저항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는 이런 데서 나온다. 희망버스를 둘러싼 진보진영의 두 가지 시각을 소개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 진보진영의 두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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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교수

정리해고 철폐는 불가능 현실적 목표 세워야 희망

시장논리 무조건 비판 말고 노동자 일방희생인지 살펴야
조남호 회장 책임의식 필요…노동자 아픔 돕기는 계속되길

»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학자인 김기원(사진) 방송통신대 교수는 4일 <한겨레>와 전화인터뷰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철폐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외치고 있다”며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주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날 나온 <창비 주간 비평>에서 “목표가 실현 가능해야 운동도 지속 가능하다. 이런 구호(정리해고 철폐)는 접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정리해고 철폐 주장을 두고 “정교한 논리로 무장한 회사와 보수 진영에 무작정 고함만 지르는 꼴”이라고 밝혔다.

-정리해고를 받아들이자는 이야긴가?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도 정리해고를 한다. 그만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는 어렵다. 희망버스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한다.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바로 잡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복잡한 문제다. 비정규직은 더 많이 잘렸다. 비정규직은 예사로 잘리기 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이 해고됐는지 알 수도 없다. 지난해에만 한진중 비정규직이 1200명 잘렸다. 이들이 어떤 상처를 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또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진보진영은 시장의 논리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 논리를 말하면 신자유주의자라고 무조건 비판한다. 이미 노동시장은 상당히 유연하다. 그러나 대기업과 정규직은 경직돼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유연하다. 대기업 노조는 정리해고에 결사적으로 저항한다. 회사가 망한 쌍용차·대우차의 경우, 고용조정이 없었으면 회사 회생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노조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정리해고 철폐 주장은 노동자의 일방 희생을 막겠다는 의지 표출로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걸(노동자의 희생) 해결하는 게 본질적인 담론이 돼야 한다. 한진중 쪽에서 노동자 해고를 주먹구구로 했다는 의혹이 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노동자 해고할 때 나이·결혼여부 등을 복잡하게 따진다. 한진중은 도대체 어떻게 해고를 한 건가 따져봐야 한다. 그게 합리적이지 않으면 재조정을 해야 한다. 회사는 답변해야 한다.”

-작업장의 해외이전은 어떻게 보나?

“국내자본의 해외이전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이전을 왜 하는지 회사 쪽에 물어보고 어쩔 수 없다면 함께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남호 한진중 회장을 비롯한 경영자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또 조선업을 대체할 방법이 뭔지 부산지역사회나 정치권이 논의하는 노사정협의체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이를 이미 제안했다. 그런데 노사 양쪽이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부분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와서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줘야 한다.”

-희망버스에 대해 부정적인가?

“그렇지 않다. 희망버스라는 형식으로 국민들의 에너지를, 고통받고 아픔받는 노동자를 돕자는 쪽으로 모으는 것은 좋은 일이고 계속돼야 한다. 다만 팩트는 정확히, 목표는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강신준 교수

기업 정리해고 회피 외면 노동자에게만 희생 강요

정규직 일자리 보호못하면 후세대는 비정규직 내몰려
구조조정, 개별기업 넘어서 사회적 조정기구 설치해야

»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
조선산업을 연구해온 강신준(사진) 동아대 교수(경제학)는 4일 <한겨레>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리해고를 피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없이 기업이 어려우니 노동자들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는 경영진의 논리만 부각시킨 것”이라며 “정리해고는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생존권, 지역사회 영향 등 사회문제인 만큼 경제적 접근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경영진이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를 만들었기 때문에 한진중공업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졌다. 조선소는 집 짓는 것과 비슷해 최고급 기술부터 낮은 기술까지 다 필요한 분야다. 단순히 인건비가 싸고, 공장 부지의 문제라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 등은 왜 옮기지 않을까? 선박 수주가 필리핀에만 몰리면서 영도는 어렵게 됐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노사간의 약속도 없던 일이 됐다. 경영진의 일방적 결정에 노동자만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건비가 싼 필리핀에 조선소를 만든 것이 비판받을 일인가?

“우리나라 조선소는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 조선소 설립 초기 보조금 투입과 금융 보증 등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다. 한진중공업도 마찬가지다. 국민적 수혜는 받아놓고 ‘내 기업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며 사주의 이익만 극대화시키는 경영 방식은 문제가 있다. 부산에서는 한진이 선박 설계 등만 남기고 영도조선소의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해고 철폐’ 등 노동권이 과도하게 보호되면 ‘후세대 노동권’과 ‘힘없는 중소기업의 노동권’이 크게 훼손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히려 반대다. 그동안 한진중공업을 살펴보면 경영이 어렵다면서 정규직을 해고시킨 뒤 조금 회복되면 정규직 자리에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들어왔다. 정규직 일자리가 보호되지 못하면 후세대인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야 한다.”

-‘희망버스’가 내세우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정리해고가 빈번하고 비정규직이 많다는 현실을 고발하는 차원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사회주의 체제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 긴박한 경영위기를 이유로 한 정리해고가 너무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한진중은 3년 동안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도 높았고, 주식 배당도 실시됐는데 긴박한 경영위기라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한진중 문제는 노사 자율로 맡겨두자는 의견도 많다.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진은 이미 3명의 노동자가 숨졌고, 지금도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회사의 양보를 받아내고,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내려오게 하기 위해서는 중재단이 필요하다. 순환 휴직과 직업훈련 등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은 모두 논의해야 한다. 한진중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개별기업 노사로는 구조조정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기업을 뛰어넘는 사회적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과 일본도 그렇게 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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