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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진중 사태 사회적 의제로
ㆍ김진숙씨 SNS 소통도 한 몫


부산의 한 조선소에서 강행한 정리해고가 노동계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한진중공업 사태다. 국회에선 청문회가 열리고, 사회 원로들은 시국선언을 하고, 시민들은 버스·열차·트럭을 타고 해고 노동자들을 만나러 간다.

현 정권 들어 악화되어 가는 노동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정당성을 결여한 대규모 해고에 대한 분노가 결합돼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여기에 172일째 크레인 위에서 홀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헌신적 투쟁은 사람들의 공분을 결집하는 구심점이 됐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기획을 맡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외환위기 이후 수백만의 사람이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더 이상 밀려날 곳이나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까지 온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진중공업이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수익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노동자를 ‘자르는’ 데 사회적 분노가 결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또 “김진숙 위원이 자기 목숨을 내걸고 외롭게 싸우는 상황에서 김 위원을 죽게 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모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이 서 있는 85호 크레인은 2003년 고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650명의 명예퇴직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 129일째 되던 날 목숨을 끊은 곳이기도 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권 말기의 레임덕과 무관치 않다”며 “최근 이명박 정부가 여러 실정을 통해 흔들리다 보니까 그런 균열 가운데 가장 심각한 노동문제에서 이 같은 분노가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리해고에 반대해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현대자동차 납품업체 유성기업의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노동문제의 심각성이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면서 연대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한진중공업은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벌여와 지금까지 1700명이 희망퇴직하거나 정리해고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다른 조선소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10년간 4277억원의 이익을 냈고 해외 공장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는 지금도 계속 선박 수주를 하고 있다. 또 지난 2월 170명을 정리해고하고 23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직후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정리해고를 하려면 최소한의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진중공업은 직원들을 대규모 해고하면서 회사는 이익을 보고 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런 측면이 사회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한진중공업 문제 이슈화에 한몫했다. 노 부소장은 “김진숙 위원이 크레인 위에 홀로 있지만 트위터를 통해 외부와 소통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시민들이 노동문제에 가진 문제의식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가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 때부터 복원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병훈 교수는 “기업들이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가 사회적 비용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노동자들에게만 비용을 전가할 게 아니라 함께 사회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회사 정상화를 비롯한 문제의 해법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