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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없는 상호금융, 지역농협 고사로 이어져
개정농협법 무엇이 문제인가- 5. 방치된 상호금융
2011년 05월 11일 (수) 13:40:12 원재정 기자 jjsenal@naver.com

지난 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톱뉴스는 농협중앙회의 금융전산망 마비사태였다. 허술한 관리와 비정규직으로 대체한 보안관리 시스템 등을 포함해 농협중앙회 회장의 무책임한 발언 등이 연일 언론에 등장했다. 농협중앙회의 전산망 마비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지역농협도 전쟁을 벌였다. 마을단위 유일한 금융기관인 농협이 멈췄으니 불안하고 불편한 농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지역농협은 이를 수습하기에 바빴다.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가 4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농협에서는 “고금리를 줄 수 없는 열악한 지역농협은 출혈을 감수하며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거나, 아니면 다른 농협은행으로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는 처지”를 항변하는 글이 내부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지역농협의 이같은 반발은 왜 벌어졌으며, 농협법이 개정되면 지역농협 상호금융은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알아본다. 〈원재정 기자〉


농협중앙회 은행과 지역농협 은행은 다르다
우리는 흔히 ‘농협’ 이름이 붙은 은행은 모두 같다는 혼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은행’과 ‘지역농협 은행’으로 크게 나뉜다.

농협중앙회는 제 1금융권으로 일반적인 은행과 같은 속성을 가지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자본의 결합체이다.
반면 지역농협 은행은 제 2금융권으로 상호금융과 같은 속성을 가지며, 제한된 다수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인적 결합체이다.

상호금융인 지역농협 은행은 농민 조합원의 영세한 자금을 예탁 받아 이를 조합원에게 융자함으로써 조합원 상호간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꾀하는 호혜금융의 일종이다.
농협중앙회 은행 점포는 현재 전국 1천여개, 지역농협 은행점포는 4천여개라고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과 중복사업으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업도 경쟁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 금융점포가 500미터 이내에서 고객유치에 경합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경쟁관계는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약체인 지역농협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전농노, 위원장 민경신)은 지난 달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농협이 수수료를 부과하며 농협중앙회의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가 이를 압력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폭로했다.

수원의 유통센터 유치를 위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경합을 벌이면서 농협중앙회가 “전산망을 끊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것. 민 위원장은 “협동조합 정신은 실종됐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농협의 신용사업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것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현실이다.

금융지주회사 출범, 상호금융 흡수의 전초전

지난 3월 11일 지주회사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전농노는 ‘지주회사 분리 농협법 개악안이 지역농협에 끼칠 영향(신용사업 부문)’이라는 내용으로 3월 21일 주간교육지를 발행했다.

자료에 따르면 “NH금융지주는 2012년 3월 출범과 함께 곧바로 타 금융기업과의 합병에 나서는 등 일정을 추진하진 않겠지만, 늦어도 차기정권 재임기간 중(2017년 대선 전)에는 대형투자은행 출범 추진과정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 과정에서 지역농협 상호금융이 금융지주 및 그 자회사로 완전히 편입되고 주식시장에 상장될 것”을 예측했다.

이 때문에 “NH금융지주의 1차 목표가 지역농협 상호금융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개정 농협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된 농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답게 전 지역에서 지역농협 상호금융과 충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회사로 분리된 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는 더 이상 협동조합 정신을 담고 있는 농협의 사업부문과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NH은행 등 시중은행은 새로운 국제결제기준(IFRS)에 따른 자기자본비율(BIS)을 충당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 보다 많은 주주의 이익실현을 유일한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의 정신으로 무장해 지역농협의 사정에 냉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농노는 이에 따라 “지역농협 상호금융은 ‘금융지주에 종잣돈을 대주는 한편 그 자회사 등과의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강탈당하는 이중착취 구조 하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지적하며 농협법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거대 금융지주회사 밑그림 속 지역농협 해산과 합병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종합농협 체제를 유지하며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농협은 이렇듯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농협 자회사가 지주회사로 묶이고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상법’ 등의 제제를 받는다면 BIS 기준으로 신용위험에 처해있는 수많은 지역농협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분리 후 5년 이후부터 지역농협에 대한 저금리 신용증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연쇄적인 조합 해산과 합병 등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농노는 이미 수년동안 ‘농협구조개선법’에 따라 수많은 농협들이 농업상호금융시장에서 퇴출됐고, 지난 10년간 약 5천명 이상의 농협노동자들이 해고됐다는 점에 비추어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다시금 대대적인 지역농협의 퇴출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된 농협법은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을 협동조합의 테두리 밖으로 끌어낼 뿐 아니라 대형투자은행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정부 금융정책 방향의 실천일 뿐이다.
이는 지난 4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농·수·신협 등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방침에서도 엿볼 수 있다.상호금융을 옥죄면서 지역농협도 벼랑끝으로 몰게되기 때문이다.

전농노는 지난 2일 발행한 주간교육지에서 “농촌 농협의 경우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해 비조합원 대출이나 권역 외 대출에 중점을 두고 있고, 도시농협의 경우 또한 조합원에 대한 대출이 거의 없고 비조합원 중심의 대출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발표한 상호신용금고의 대출규제 강화 방침은 상호금융사업조항을 법에서 삭제하는 것에 버금가는 조치”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개정된 농협법으로 상호금융의 재편과 지역농협 통폐합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농협법 개정으로 위기를 맞은 지역농협의 상호금융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창한 정책위원장은 “지역농협의 상호금융을 시급히 독립법인화하여 시군공공금고를 상호금융연합회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