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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기간제 계약 끝났다고 해고하면 부당해고"
반복갱신 아니라도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 인정한 첫 판결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양창수)는 지난 2003년 12월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계약해지된 장애인콜택시 기사 7명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택시기사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에 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03년부터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사업을 위탁받아 택시기사 100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근로기간은 2003년 1월1일부터 같은해 12월31일까지로 정했다. 그해 12월 공단은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노조활동을 했던 택시기사 7명과 비노조원 4명 등 11명을 해고했다.

종전의 법원 판례는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 갱신돼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때 근로계약 갱신 거절을 통한 해고가 부당해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택시기사들은 공단과 단 한 차례 근로계약을 맺었고,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고,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근로자의 기대권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형성하는 요건으로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진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택시기사에 대한 계약 갱신의 목적이 부적격자 교체인 점 △장애인콜택시 사업이 한시적·일시적 사업이 아닌 점 △해고자 심사기준이 주관적인 점 등을 놓고 볼 때 해고자들이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대리한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갱신 절차 규정이 없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갱신 기대권’을 인정한 것”이라며 “기간만료로 해고된 기간제 노동자들이 구제받을 길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