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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아무개 서울대 음대 교수의 제자 폭행 사건이 화제다. 제자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진술이 연이어 나온 데 이어, 선물을 강요하고 학생 부모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주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잠적했던 해당 교수는 일주일 만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도 학생 때 겪었던 일이고 제자들을 사랑해서 했던 일이라고 항변했다.

"명절이나 스승의 날 제자들이 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런 걸 어디에 쓰냐'며 화를 냈다. 스승의 날 지도 학생들이 돈을 모아 선물 마련했더니 '왜 돈을 모아서 선물을 하느냐? 각자 해야지'라고 화를 낸 적도 있다. 분당의 자기 집으로 학부모들을 불러 '상품권 액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라고 보도한 기사에 대해서도 오해라며 해명했다.

이 교수의 변명에 대해 음대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성악을 전공한다는 한 음대생은 "그 교수의 인터뷰를 보고 황당했다. '레슨 중에 엄격하게 가르치기 위해서 물건을 집어던졌다'고?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우일 그림

음대생들은 이런 일이 음대에서는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며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모든 음대 교수들이 문제가 된 앞서의 교수처럼 제자들을 막 대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 특이한 사례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한 지방 국립대학 음대생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음대생들이 겪는 부당 대우를 제보한 학생들에 따르면, 강습 중 폭언과 폭력은 일상화되어 있었다. 예술계 중학교와 예술계 고등학교를 나온 한 작곡가는 "성악으로 예중·예고를 다녔는데 어린 나이부터 각종 폭언과 폭력에 둘러싸여 살았다. 학생들을 구타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였으며 이후 성악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충격에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지 못할 만큼 노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개인 레슨 유도하려고 수업 레슨 대충하기도

제자를 폭력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은 '강하게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런 교수나 강사일수록 레슨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고 제보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가야금 연주자는 "음대 교수는 물론 음대 강사들도 수업에 소홀하다. 강사들은 교수에게 아부하기 바쁘다. 그런 불성실한 스승 밑에서 가르쳐주기만을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레슨 자체에 안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실용음악과 졸업생은 "개강하면 한 달은 기본으로 수업을 안 한다. 첫 주는 무조건 휴강이고, 스케줄을 조정한다는 명분으로 한 달을 허비한다"라고 말했다.

교수나 강사가 레슨을 게을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 레슨'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한 첼리스트는 주장했다. "음대 강사 중에는 강의 시간 외에 개인 레슨을 받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건 원래 불법인데, 개인적으로 따로 돈을 내고 레슨을 받지 않으면 학점을 대놓고 나쁘게 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제자를 개인 비서처럼 부리는 교수도 일부 있었다. 한 지방대 음대 졸업생은 "강사님이 악보 사보하는(베끼는) 일을 무보수로 엄청 많이 시켰다. 그러고는 내 덕에 실력이 늘었으니 고마워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 음대 졸업생은 "교수님 딸이 나와 동갑이었다. 그런데 딸한테 시키면 돈을 줘야 한다면서 나에게 악보를 대신 만들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이렇게 음악과 관련된 일을 시키는 것은 양호하다.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집안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 음대 학생은 "강사님이 주최한 음악 캠프에 불려 나가 자원봉사를 했는데 밤마다 술집에 데려가서 술을 따르게 하고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따른다. 심지어 종교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음대 졸업생은 "기독교인이 아닌 제자를 못살게 굴어서 어쩔 수 없이 교회에 다니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다음 성가대나 오케스트라에서 일을 시킨다"라고 말했다.

이의 제기하면 더 큰 불이익

몇몇 악덕 음대 교수는 다양한 형태로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한 피아니스트는 "대학원 졸업할 때 교수님들께 감사 인사로 저녁 대접을 하려고 하니까, 담당 교수가 '너 나오면 우스우니까 돈만 내라' 해서 100만원을 드렸다. 나중에 '네가 샀다고 안 하고 그냥 내가 내는 걸로 하고 호텔에서 밥 먹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금품 갈취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바로 티켓 강매다. 한 음대 학생회장은 "어떤 교수들은 자신의 독주회 때 제자들에게 몇 십만원어치 티켓을 사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 티켓을 알아서 되팔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음대 조교 경험이 있는 한 음악인은 "원래 학교에서 연주회 명목으로 많은 돈을 지원받는다. 그런데도 티켓을 강매한다"라고 말했다.

공공연히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명절이라고, 논문 통과했다고, 콩쿠르 입상했다고, 다양한 명분으로 선물을 요구했다. 한 음대 졸업생은 "교수님이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바꾸고 싶다며 컴퓨터를 사달라고 했다. 비싼 컴퓨터여서 제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어렵게 교체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내키지 않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불이익 때문이다. 한 음대 졸업생은 "직계 제자들이 리셉션 비용을 안 주거나 연주회에 오지 않으면 다른 교수나 시간강사에게 (강의를) 일방적으로 넘겨버린다.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음악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당한 요구를 들어준다"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부당한 일을 반복해 겪다보면 감각이 무뎌진다. 한 음대 졸업생은 "직접적 폭력이나 폭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같은 폭력과 비리를 통해야만 일이 해결된다는 사실을 어린 학생 때부터 학습하게 된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그것을 당연시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드물게 교수의 폭력이나 폭언, 금품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이 있지만, 그 뒤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 서울 지역 음대에서는 음대 교수의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회장에게 나중에 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몇몇 학교끼리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울의 한 음대 학생회장은 "서울 지역 음악대학 학생회 연합회를 만들려 한다. 만나서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서울대 같은 경우는 음대에 학생회 자체가 없다. 논의가 쉽지 않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