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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급등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는 서민 가계에 치명적인 위협 요소다. 게다가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한 가계가 늘어나서 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

가계 빚, 약 800조 원…가파른 증가세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를 뜻하는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795조400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3000억 원 늘었다.

전체 가계 빚 중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746조 원으로 전분기보다 20조9000억 원 늘었고, 판매신용잔액은 49조4000억 원으로 4조4000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은 카드대란 당시였던 2002년 3분기 25조 5000억원 이후 8년 3개월만에 가장 큰 금액이며,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40%에 달한다. 그만큼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뜻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8조8000억 원으로 전분기 3조7000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8조7000억 원 늘어나 전분기 증가액 6조4000억 원을 넘어섰다. 보험기관 등 기타금융기관 증가액은 3조4000억 원으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에서는 주택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주택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 원으로 전분기 2조8000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조7000억 원으로 전분기 3조6000억 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부동산대란이 한창이던 2006년 4분기 10조1000억 원 이후 4년만에 최대 규모다.

DTI 완화 이후 공룡이 된 가계부채, 경제정책의 족쇄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인플레 위험에 대응하려면 금리 인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불어난 가계 부채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증폭시킨다. 통화정책을 다루는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진 이유다. ⓒ뉴시스
이런 현상은 정부의 DTI 규제완화 조치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8.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DTI 규제를 올해 3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실수요자에 한해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에 대해 DTI를 은행 자율심사에 맡겼다. 8.29대책 이후인 지난해 3분기와 4분기를 거치며 가계부채는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공룡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경제정책 당국을 옥죄는 족쇄가 됐다. 위기 앞에서 택할 수 있는 정책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최근 인플레이션 조짐 속에서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였다. 일차적인 이유는 가계부채 탓이었다.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가 짊어질 이자 부담은 치명적이다. 특히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90%이상이 변동금리라는 점이 위험 요소다. 이자상승분을 고스란히 대출자가 떠안는 구조다. 올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대출이자는 최소 7조 원 이상 늘어난다.

게다가 담보 여력이 없는 전세 세입자들이 전셋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늘렸다.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다른 대출금리보다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더 커진다.

하지만 금리를 언제까지나 묶어둘 수는 없다. 결국 올려야 한다. 오히려 한국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또 있다.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경우, 지금처럼 불어난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바뀔 수 있다. 은행의 담보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폭탄 키우되, 폭발 시점만 미루면 된다는 정부

집값 및 소비자 물가 안정, 그리고 가계부채 정상화라는 정책 과제를 최소한의 고통만 겪으면서 해결하려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금 하는 일은? 오는 3월말 만료되는 DTI 규제완화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공룡이 된 가계부채는 더 불어날 수 있다. 폭탄을 더 키우되, 폭발 시점만 뒤로 미루자는 입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