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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공장(프레시안펌)

2011.02.18 15:40

광농민노 조회 수:12422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요즘 바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으로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동계올림픽 실사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 머물던 17일, 서울에서는 각 지역에서 올라온 또 다른 삼성 관계자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 LCD 공장에서 일했던 아들을 의문의 자살로 떠나보낸 김명복 씨,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잃은 정애정 씨,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해고된 박종태 씨는 이날 '삼성의 지배구조와 무노조 경영'이라는 주제로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삼성 관련 유족과 해고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삼성에 자식을 보낸 부모나 삼성에 입사한 이들의 첫 반응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에게 삼성의 이미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회사', '젊은이들이 상당히 선호하는 기업',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압축됐다. 그러던 이들이 이제는 "삼성에 대한 환상을 깨자"고 입을 모았다.

"삼성에서 매년 한두 건씩 자살 사건 일어나"

김명복 씨의 아들 故 김주현(26)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의 설비엔지니어였다. 새하얀 방진복을 입고 일했던 아들은 어느 날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여긴 제가 생각했던 삼성이 아니에요."

▲ 故 김주현 씨의 아버지 김명복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하얀 방진복은 제품은 보호했지만 아토피가 있는 김주현 씨의 피부는 보호해주지 않았다. 화학약품을 다뤘던 김주현 씨의 온몸에 붉은 반점이 돋았고 피부에는 푸른빛이 났다. 발등의 살은 문드러졌다. 삼성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몸무게는 10kg이 빠졌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에 12시간에서 많게는 14시간씩 일했던 그에게 결국 우울증이 왔다. 지난 1월 11일 김 씨는 끝내 삼성 기숙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숨만 붙여 달라고 기도했던" 김명복 씨는 응급실이 아니라 시신 안치실에서 아들을 다시 만났다.

자살 사건이 김주현 씨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 탕정사업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려 사망한 故 연제욱 씨의 동생 연미정 씨는 "제가 기흥사업장에서 삼성 에스원 직원으로 3년간 일했을 때 제 주위에만 자살사건이 두 건 있었다"며 "지난 2005년 말에 오빠와 같은 방을 쓰던 동료 엔지니어도 기숙사에서 뛰어내려 자살해서 오빠가 괴로워했다"고 회고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또한 "삼성에서는 매년 한두 건씩 꼭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고 거들었다. 삼성의 노동 강도와 억압적인 조직 문화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김명복 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말없이, 소리 없이 죽어갑니다. 이 싸움으로 인해 제2, 제3의 주현이가 안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기형아 출산에 백혈병까지"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그렇다면 삼성의 노동 강도가 어떻기에 삼성 노동자들은 죽음에 이르게 됐을까. 삼성의 사내 부부로서 경기도 용인시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정애정 씨는 "제 남편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죽였다"며 삼성에서 일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 삼성 백혈병 노동자 故 황민웅 씨의 아내이자, 삼성 반도체에서 10여 년간 근무했던 정애정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삼성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마냥 좋았다던 정 씨는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 회사에서는 폼 나고 고급스럽게 일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되고 나서 그는 '최첨단산업, 글로벌 기업, 클린산업'의 실체를 깨달았다. 정 씨는 자신이 "(1970~1980년대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던) '공순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12시간씩 맞교대를 하니 너무 힘들었어요. 시간이 흐르자 클린룸의 높은 압력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라인에 들어가면 코피를 흘리고 하혈을 하고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불순을 겪는 사원들이 늘어났습니다. 부끄럼 많은 여사원은 신체적인 문제들을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고통받고 있었죠. 나중에 결혼한 후에는 (이러한 작업 환경이) 유산불임, 기형아 출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정 씨는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형태로 작업하는지 누구 하나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삼성에 다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 하나로 10년을 버텼고,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남편을 지난 2005년에 백혈병으로 떠나보냈다. 정 씨는 "그렇게 개처럼 일하는 노동자 본인이나 외부 사람들조차도 왜 삼성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뭐든지 미화해서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에서 일했다가 백혈병을 비롯한 희귀병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은 130명이다. 그중 35명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삼성 노동자들은 왜 해고된 제게 고충을 호소할까요?"

기흥 반도체 공장이 갖가지 화학약품 때문에 위험했다면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는 '여사원 유산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전자 해고 노동자 박종태 씨는 "장시간 서서 근무해야 했던 여사원들이 유산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임신한 사실을 숨기다가 유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회사의 '인사 제도' 때문이다.

"회사에서 업무고과를 매겨 낮은 점수를 받은 사원들은 퇴출했는데, 하위 고과는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출산 후 복귀한 여사원들의 몫이었어요. 낮은 점수를 주고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거죠. 퇴직을 거부하면 인사담당자가 직접 나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는 "아웃소싱으로 억울하게 회사를 떠났던 동료들을 보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고충을 보다 못 한 박 씨는 2007년 삼성의 노사협의체인 한가족협의회에서 협의위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협의위원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삼성의 눈 밖에 난 것이다.

▲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해고된 박종태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박 씨는 표면적으로 '한가족스쿨 행사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는 "사원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사치성 해외여행에 쓸 수는 없다"며 행사에 참여하기를 거절했다고 한다. 박 씨는 "항공권100만 원인데 60~70명이 해외여행을 간다"며 "비행기 값만 6000~7000만 원인데 그 돈만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씨는 "한가족협의회는 어용 협의체 기구였다"고 잘라 말했다.

"협의위원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회사가 사원대표에게 향응을 제공하는데 협의위원들이 떳떳하게 사원들을 대변할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퇴사한 후에도 일부 사원이 제게 연락을 해서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회사에 협의위원이 있는데 왜 해고된 제게 연락했겠습니까? 협의위원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협의위원 시절, 회사의 부당함에 강력히 문제 제기하고 나선 나를 회사가 탐탁지 않아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어용 협의체'에 한계를 느끼고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지난해 12월에 해고됐다. 박 씨는 "나는 노조의 '노'자도 몰랐던 일개 사원이었다"면서도 "23년 동안 일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겪다 보니 노조의 필요성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의 화려한 성과 뒤에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매년 한두 명씩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 끊는데, 수많은 노동자가 투신자살을 해도 왜 이 사회는 침묵하고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애정 씨는 "목숨 줄을 쥐고 있는 기업, 노동조합도 허락하지 않는 삼성의 반대에 서서 이의제기를 한다는 것은 반(反)삼성맨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회사에 찍혀서 편안한 회사생활을 못하느니 내가 좀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기형아 출산이나 백혈병이 직업병임을 노동자들이 알았다고 해도 노조가 없는 한 유해한 작업 환경이 달라질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사람들은 삼성 하면 뭔가 잘해주는 것처럼 환상에 빠져 있다"며 "이러한 환상을 깨지 않으면 이 사회의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누군가가 '그 돈을 벌기까지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었다'고 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단호했다. "무노조 경영은 사회적인 범죄 행위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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