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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6월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 아줌마 노동자들이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하자 지금까지보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고개를 떨구고 눈물 흘리며 노래 부르는 이도 있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제이티(JT)정밀지회(지회장 이선이)가 '해산총회'를 연 것이다. 81명의 노동자들이 일본 자본 등에 맞서 231일 동안 '끈질긴 투쟁'을 벌이다 위로금 지급 등에 합의했고, 결국 '노동조합 해산'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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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제이티정밀지회 이선이 지회장이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해산총회'에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제이티정밀

 

제이티정밀은 1998년 일본 자본이 창원에 설립했던 한국시티즌정밀을 말한다. 한국시티즌정밀은 2008년 고려티티알(TTR)에 회사를 매각했고, 회사 이름은 제이티정밀로 바뀌었다. 당시 매각 총금액은 88만원, 주식 1주당 가격은 1원이었다. 자산가치 200억 원이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산가치 대비 2만배의 헐값매각이었다.

 

일본자본이 '자본철수' 의도로 '헐값매각'을 했던 것. 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반발했다. 일본 원정 투쟁도 벌였다.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지 않고 무분별한 자본철수는 안된다고 했던 것이다. 제이티정밀은 2010년 4월 폐업 공고를 했고, 그해 7월 노동부에 폐업 신고를 했다.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질긴 놈이 이긴다.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치며 다짐했다. 조합원 81명은 똘똘 뭉쳐 투쟁했다. 노사 합의를 한 때는 2010년 12월 15일. 사측은 81명 조합원들에게 1인당 55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조합원들은 공장 점거를 풀었다. 투쟁하지 않았더라면 위로금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갔다. 대부분 비정규직 단기계약직이다. 이선이 지회장도 최근 김해 진례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시간제다. 81명 아줌마 노동자들이 6개월여만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제이티정밀지회 해산총회'를 하기는 했지만 별도 모임은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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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제이티정밀지회는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해산총회'를 가졌다.
ⓒ 윤성효
제이티정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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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제이티정밀지회 이선이 지회장이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해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제이티정밀

 

마지막으로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해산총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지만 '희망'을 이야기 했다. '묵념'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다. 힘차게 부르자"고 하자 아줌마 노동자들은 6개월 전에 했던 것처럼 팔을 흔들었다. 이선이 지회장을 비롯한 몇몇은 고래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다.

 

이선이 지회장은 "본의 아니게 해단식이 늦어 죄송하다.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학교 다닐 때는 학교가 저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듯이, 제이티정밀에 다니면서 민주노총이 저를 보호해 줄 것이라 여겼다. 민주노총을 의지하며 투쟁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회장은 "지금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조합원이 많다. 저도 김해 진례에 있는 조그마한 공장에 얼마전부터 다니는데 4대보험도 되지 않는다. 조합원들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이 없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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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경남도의원이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제이티정밀지회 '해산총회'에 참석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 윤성효
제이티정밀

그는 "우리는 끝까지 투쟁했고, 최선을 다했다. 한편에서는 두렵고 미안하고, 짠하다.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말은 함께 하는 동안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로 기억될 것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면서 "앞으로도 서로 연락하고, 아름답게 만나자"고 말했다.

 

오상룡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과거는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고군분투할 때, 그 순간은 괴로웠지만 지나고 보면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동안 서로 원망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부부도 싸우는데, 미움보다 좋은 감정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새로운 길에도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계기로 삼자"고 덕담했다.

 

제이티정밀 사태 때 지원활동을 벌여 '82번 조합원'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금속노조 경남지부 진창근 부지부장은 "여러분들이 진짜 잘해주었다. 저는 여러분들한테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모임을 계속 하는 것으로 안다. 같이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석영철 경남도의원은 "아픈 과거의 기억을 감싸고,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앞으로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미다노동조합' 활동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이종엽 경남도의원은 "참 고생이 많았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힘든 시기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해산총회 참가자들은 '마지막 방명록'에 바람을 담았다.

 

"잘 사시오." - 홍지욱

"건강하시고 또 어디에서든지 제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 김택선

"술 한잔 합시다. 다음에." - 문종호

"수고 많았습니다. 금속노조 잊지 마세요." - 김진호

"고생들 하셨소. 좋은 날이었기를." - 석영철

"함께 투쟁했던 소중한 시간 기억하시고 희망을 가집시다." - 이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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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제이티정밀지회 이선이 지회장이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해산총회'에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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