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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문 교수 “한국, 권력 엘리트 청산 못하면 탄핵 전과 다를 것 없어”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ㆍ촛불과 탄핵 이후 한국 사회를 말하다

캐서린 문 교수 “한국, 권력 엘리트 청산 못하면 탄핵 전과 다를 것 없어”

캐서린 문 미국 웰즐리대 교수(53·사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동력이 된 촛불집회에 대해 “민주적 책임성에 대한 학습장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22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의 의미를 평가하고 한국 사회의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문 교수는 다만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안정적인 민주주의에서 시위는 정치 참여의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는 “민주적인 제도들이 시위를 통해 표출된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60세 이상 나이든 세대의 마음속에는 ‘박정희 패러다임’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는 그렇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낡은 삶의 방식 변화와 권력 엘리트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촛불집회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촛불집회의 배경이나 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권력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한국인들의 평화적이고 질서 있는 시위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인들의 이런 시위는 특별하다. 한국인들은 수십년에 걸쳐 권위주의와 싸우고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해왔다. ‘우리 대 그들’이란 대결적 정서를 바탕으로 했던 1970~1980년대 시위에 비해 최근의 시위들은 훨씬 집단적인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시위대는 집회가 안전한 정치적 공간이란 사실을 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정부가 구금, 고문, 가끔은 살해 등으로 가혹하게 탄압했기 때문에 시위는 몸과 생명을 거는 일이었다.”

-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여성 행진’ 같은 시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시위들과 촛불집회를 비교해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시위들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무능하고 자기 역할을 못하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좌절감이다. 둘째, 법치와 헌법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시위가 대표적 사례다. 셋째로 트럼프와 다른 선출된 관료들에게 다수 대중이 그들의 책임을 물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큰 차이라면, 미국의 시위는 예외적이란 점이다. 한국에서는 시위가 일상의 한 방식이 된 반면, 미국에서 지난 50년간 시위는 규칙이 아니라 예외였다. 미국인들이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시위를 한 것은 1960년대였다. 시민권리와 베트남전 반대를 위한 싸움이었다. 안정적인 민주주의에서라면 시위가 정치에 참여하는 일상적인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선거, 국민투표, 미디어에 대한 접근, 교육의 자유, 정기적 시민사회 활동 같은 제도적 메커니즘이 정상적인 참여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 사회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 당신은 최근 미국 인터넷 매체 기고에서 미국인들이 한국의 시위를 찬양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촛불집회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은. 

“긍정적인 측면은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 평화적 시위다. 많은 이들이 모인 만큼 군중심리, 물리적 폭력, 무질서가 우려될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한국인들이 거의 6개월간 시위를 질서 있고 규율된 방식으로 유지했다는 점은 정말 인상적이다. 둘째, 시위가 특히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에게 ‘민주적 책임성을 위한 공개 학습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셋째, 일관성이다. 시위가 반복되면 에너지와 관심을 잃게 마련이지만 한국인들은 꾸준히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시위 이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관료제, 법원, 선출된 관료 같은 민주 정부의 제도들이 시위를 통해 표출된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을 찾고,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법적인 방식으로 공정하게 마무리돼야 한다. 최순실, 박근혜, 정부 기밀을 권한 없는 이들과 공유한 관료들, 정부와 기업 간 부패에 연루되었거나 부패를 조장한 관료들이 그 대상이다. 두번째 과제는 다음 대통령과 선출직 관료들이 지난 6개월의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개인의 야망이나 편협한 정당정치 혹은 이데올로기 대결이 아닌 공무에 헌신하는 것이다. 첫번째 과제는 실현되겠지만 두번째 과제, 즉 정치인들의 변화는 이루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 ‘길거리 민주주의’는 화려하고 혁명적일 수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강력한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공적인 자기규율과 존경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인들은 공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공적 시위에는 능하지만 여전히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의 극단적인 위계를 통한 가혹 행위나 불평등을 받아들이고 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선배의 후배에 대한 가혹 행위를 볼 때면 곤혹스럽다.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생산적일 수도, 창조적일 수도 없다. 한국 학계에서도 대학원생들이나 젊은 교수들이 전문가가 아니라 노예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 시위와 탄핵을 거치며 세대 갈등이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60대 이상의 나이든 세대는 10~30대들과는 아주 다른 세계관과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번창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한국만 안다. 반면에 나이든 세대는 경제적, 정치적 박탈감과 심각한 위계질서로 고통스럽던 시절을 기억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다. 노인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젊은 인구는 줄어든다. 역사와 인구통계는 세대간 격차를 설명해주며, 이 간격은 좁혀지기 어렵다. 중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치할지 파악하기 전에, 한국은 나이든 세대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냉담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민주주의 속에서 태어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정치, 경제, 문화적 삶을 책임지는 시대가 되기 전까지는 심각한 세대 갈등과 이데올로기 갈등이 계속될 것이다. 그다음 과제가 있다면, 통일 절차가 시작될 때 북한 사람들을 민주주의적 삶에 적응시키는 것이다. 안정된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운 과제들에 부딪힐 것이다.” 

-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박정희 시대의 종말’이라는 평가를 많이 한다. 이번 탄핵이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근혜 탄핵으로 박정희 패러다임은 끝났을 수 있다. 하지만 60세 이상의 나이든 세대들 마음속에는 그것이 여전히 살아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을 보면서 단기적으로는 한국인들이 돈으로 권력과 명성과 특혜를 사려는 행위를 조심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또 탄핵은 정치, 경제적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 믿고 싶은 다수 국민들에게 승리감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그렇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다시 상하관계와 강제된 순종이라는 낡은 방식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쥔 엘리트들은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쫓기 전이나 후나 바뀌지 않았다.”

-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정치적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이 세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는. 

“그 문제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는 북한이라는 실질적인 위협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심각한 극단주의나 포퓰리즘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인들은 세대 갈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민족적 정체성과 유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극단주의가 침투할 수 있는 취약한 틈이 적다고 본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22216005&code=940100#csidx968d16108a7f40abe745b3e600c91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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