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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힘 내세요… 우리가 함께 할게요”
ㆍ초등생·배우·인디밴드… 하루 100여명 격려 물결, 재학생도 서포터즈 구성

지난 8일 아침 초등학생 6명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본관을 찾았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170여명이 지난 3일 대학의 용역업체 변경으로 갑작스럽게 해고된 뒤 농성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추운데 힘내시라”며 빵 10개와 현금 1만원을 건넸다. 할머니뻘 노동자들은 추운 날씨에 곱은 학생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고맙다”고 말했다. 눈가가 이내 촉촉하게 젖었다. 잠시 후엔 “따뜻한 밥 드세요”라며 여대생 두 명이 도시락을 농성장에 두고 갔다. 모녀가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이는 핫팩을 놓고 갔다. 오후엔 전남 여수에서 택배로 갓김치와 낙지젓갈이 도착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를 응원하기 위한 시민·학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농성장을 찾는 사람만 하루에 100명이 넘는다. 이숙희 공공노조 홍익대분회장은 “1주일 되니 후원물품이 많아 가게를 차려도 될 정도”라며 “찾아오는 분들 덕분에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후원금도 이어지고 있다. 주로 1만원이나 2만원 등 소액이다. 보낸 사람 이름을 적는 자리는 ‘승리하세요’ ‘파이팅!’과 같은 응원 문구들이 대신 채우고 있다. 이숙희 분회장은 “농성을 시작한 뒤 후원계좌를 만들었는데, 벌써 통장을 새것으로 바꿔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홍대 근처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은 농성장에서 즉석 기타 연주를 하며 힘을 북돋워준다. 풍물을 할 수 있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광범위하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연대에는 트위터의 힘이 컸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후원물품을 전달할 농성장 주소와 후원계좌를 퍼날랐다. ‘홍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다음 아고라 청원은 5일 만에 4000명을 넘어섰다. 영화배우 김여진씨(39)도 농성장을 찾았다. 김씨는 지난 4일 트위터에 “홍익대 노동자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함께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7일엔 김치 등 밑반찬을 들고 농성장을 찾아 함께 식사를 했다.

홍대 재학생들도 ‘청소노동자와 함께하는 홍익대 서포터즈’를 구성했다. 학교 측이 농성에 참가하는 학생의 집에 연락해 징계 압력을 넣는가 하면, 총학생회장이 농성장에 찾아와 ‘공부에 방해되니 외부인들은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지만 농성에 함께하는 재학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하루 동안 청소노동자로 살아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1일 5개 대학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10개 대학 학생 40여명이 신청했다. 서울 서부비정규노동센터 이류한승 활동가는 “학생 입장에서만 다니던 학교를 청소노동자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라며 “같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연대가 가능하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