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참여마당

자유게시판 로그인 없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규정 안지키고 ‘매몰 속도전’…예고된 인재
경사지·하천 인근 마구 묻어
생매장때 비닐 찢어지기도
한겨레 남종영 기자기자블로그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section-homepage/news/06/news_font.js"></script> <style type="text/css"> .article, .article a, .article a:visited, .article p{ font-size:14px; color:#222222; line-height:24px; } </style>
구제역 ‘2차 재양’ 우려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된 가축 사체가 주먹구구식으로 매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환경오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된 소와 돼지에게서 나오는 침출수가 지하수와 하천,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은 7일 소·돼지·사슴·염소 등 우제류 4개 동물 312만마리를 넘어섰다. 천문학적인 살처분으로 전국의 농촌은 매몰지로 변하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전국 매몰지는 4133곳(조류인플루엔자 197곳 포함)에 이른다.

문제는 가축이 친환경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는 ‘구제역 긴급행동지침’ 등 정부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매몰 처리를 해야 한다. 먼저 지하수층이나 하천 주변을 피해 매몰지를 선정해 5m 깊이로 구덩이를 판다.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새지 않도록 차수막(비닐)을 덮고 그 위에 1m 두께로 흙을 깐 뒤 2m 두께로 동물의 사체를 쌓아야 한다. 여기에 추가적인 흙 덮기와 비닐 감싸기를 마쳐야 매몰 작업은 완료된다.

하지만 가축의 사체가 워낙 많고 방역통제선 밖으로 이동할 수 없어, 매몰 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집중호우 때 붕괴 우려가 있는 경사진 곳이나 침출수 오염 우려가 있는 하천, 지하수 근처에도 매몰된 것이다.

이와 함께 작은 면적에 한꺼번에 많은 가축을 묻다 보니 흙을 규정대로 덮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한 대부분 생매장된 돼지는 저항하면서 차수막을 찢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가 지하수로 흘러들 위험성이 커진다. 침출수에는 질소 오염 물질, 병원성 미생물, 항생제, 식중독균 등이 상존할 가능성이 있다. 사체에 남은 구제역 바이러스도 다시 전염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구제역이 발병한 경기 포천 지역의 매몰지 주변 지하수 47곳 중 14곳(29.8%)에서 질산성 질소, 일반세균이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7일 부실 매몰지를 조사해 보강공사를 벌이고 지하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몰지가 침출수 영향 없이 안정화되려면 적어도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아무리 바쁘다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국제동물보건기구)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매몰 처분을 한 것은 문제”라며 “제2, 제3의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밀한 전면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