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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더 벌고 더 일해도, 남편 가사 ‘그대로’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ㆍ서울대 김소영 박사 연구

한국 남성들의 가사 노동시간은 아내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과 가정에서 차지하는 소득 비중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주중 직장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성의 노동시장 내에서의 지위를 높이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부부의 가사 노동시간 분담률이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9~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 자료를 분석한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김소영씨의 박사학위 논문 <미취학자녀를 둔 부부의 무급노동시간 변화와 관련요인>(2016)에 따르면, 아내의 직장 노동시간과 소득이 늘어도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률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모두 1만5096쌍의 부부들을 최근 15년 동안 5년 단위로 조사한 통계청 생활시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중 하루 평균 가사 노동시간이 아내의 경우 1999년 224.9분에서 2014년 192.2분으로 32.7분 줄었지만 남편은 같은 기간 11.2분에서 16.8분으로 5.6분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의 가사 노동시간 감소분을 남편의 증가분이 메우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직장 노동시간은 같은 기간 여성과 남성 각각 33.3분과 32.5분씩 비슷하게 줄었다.

논문은 아내의 주중 직장 노동시간이 남편의 가사 노동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아내의 직장 노동시간보다는 남편의 직장 노동시간과 남편의 가사 노동시간의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직장 노동시간이 줄어들수록 가사 노동시간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아내의 가정 내 소득 비중은 남편의 가사 노동시간과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아내의 소득 비중은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를 끌어내는 협상에서 유리한 자원이 아니었다”며 “아내의 소득이 가사노동의 ‘아웃소싱’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고 해석했다. 가사노동의 아웃소싱이란 외부인의 손을 빌리는 것으로 가사도우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논문은 “앞으로도 아내의 가사 노동시간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아내의 직장 노동시간과 소득 비중의 영향력 확대, 남편의 직장 노동시간 감소 및 장시간 노동을 관용하는 조직문화 개선 등을 정책적 과제로 꼽았다. 김씨는 “2004년 법정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책 개입은 아내의 가사 노동시간 감소에 장애가 되는 남편의 직장 노동시간 영향력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