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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기자][경제위기 좌절 스트레스 극심..2010년 구제금융 사태 후 자살 증가]

누가 그리스인을 낙천적이라고 했던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았던 그리스가 지독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자살 급증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만났다. 생활고에 빠진 연금수령자,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리스가 충격에 빠졌다.

대규모 실직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늘어난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탓이다. 잇단 자살 사태는 오는 6일 열리는 그리스 총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이 지난 4일 자살한 디미트리스 크리스툴라스씨에게 위로의 글과 꽃 등을 남겼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트로이카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그리스는 급한 돈을 빌리는 대신 공공부문 축소, 국영자산 매각, 연금개혁 등 강도 높은 긴축안을 이행해야 했다.

이때부터 자살사건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리스 경찰은 2010년과 2011년 해마다 600명 이상이 자살했으며 이는 2009년보다 20%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에도 여러 명의 20~30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달 초 한 70대 노인의 자살은 이 같은 정신적 위기를 잘 보여준다.

은퇴한 약사이자 연금 수령자인 디미트리스 크리스툴라스(77)는 지난 4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이곳은 아테네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이며 그리스 의회를 바라보고 있어 그동안 긴축안 반대 시위의 중심이 돼 왔다.

그는 자살 직전 남긴 글에서 "먹고살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낫다"고 밝혀 자살 원인이 극심한 생활고임을 드러냈다. 이 유서는 그의 딸이 발견했다. 또 현장 목격자들은 그가 죽기 전 "자식들에게 빚을 남겨줄 수 없다"고 절규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그리스 경제위기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긴축안 시행과 경제적 어려움이 끝내 자살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가 올해로 5년째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경제난이 그리스인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크리스툴라스처럼 연금에 의존하거나 소득이 낮은 계층이 이 같은 충격에 보다 취약하다.

지난해 9월엔 한 50대 남성이 그리스 북부 거점도시인 테살로니키의 은행 지점 앞에서 온 몸에 불을 질러 분신자살했다. 그는 빚 때문에 고통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을 자살까지 이르게 한 위기감과 상실감이 이번 총선 표심으로 드러난다면 기존 집권당에 불리할 수 있다. 지난 4일 자살사건 후 루카스 파파데모스 당시 총리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절망에 빠진 우리 이웃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웃과 친구의 자살로 충격을 받은 국민 정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긴축안 지속에 대한 저항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리스 자살 사태를 예사로이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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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기자 sunn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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