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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남 의원이 농식품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김우남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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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지난 3월 신용사업 부문을 졸속으로 분리한 이후 경영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협 지도부는 이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임원을 대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17일, 농협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협 지도부가 자신들이 받는 성과급 규모를 늘리는 사이 말단 직원들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개편에 5조 원 세금 투입... 이익은 되레 감소

농협은 지난 3월 2일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판매)을 각각 다른 지주회사에서 맡도록 분리했다. 명분은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 농협 측은 신·경 분리만 되고 나면 금융지주회사의 장점 때문에 신용사업은 물론 경제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 왔다. 정부도 같은 생각으로 농협을 지원하는데 5조 원의 세금을 투입됐다.

기대만큼이나 목표도 높게 잡았다. 농협이 정한 올해의 종합손익 목표는 9100억 원. 그러나 김우남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월 현재 농협의 종합손익은 816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 분리 전인 지난해 8월보다 이익이 4057억 원 감소한 것이다.

김 의원은 "올해 말까지 4개월 동안 8283억 원의 수익을 얻어야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면서 "올해 농협의 종합손익은 2000억 원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농협의 종합손익은 7030억 원. 이익이 1/3로 줄어든 셈이다.

농협이 올해 장사를 '죽 쑨' 이유로는 신용사업의 수익 감소가 가장 컸다. 김 의원은 "올해 8월 기준으로 농협의 금융부문 수익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766억 원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사업구조를 개편해 금융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가 '헛꿈' 이었다는 것이다.

 김우남 의원이 17일 농협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2년 8월 기준 농협 종합손익' 자료. 금융 분야 손실이 큼을 알 수 있다.
ⓒ 김우남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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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농협의 신용사업 수익 감소는 사업개편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은행들은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이라는 명목으로 적립금을 보유하게 되어 있는데 농협은 단기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이 비율이 턱없이 낮았다. 그러다가 사업개편을 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율을 맞추라고 요구하자 갑자기 많은 비용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김 의원은 "농협의 올해 1월 대손충당금은 2조 7155억 원이었지만 개편 시점인 3월에는 3조 2264억 원으로 무려 5149억 원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제대로 대비하지도 못했고 그로 인해 금융사업 효율성도 높이지 못한 '경영 실패'라는 얘기다.

경영 실패 이후에도 임원 성과급 20%p 늘려

그러나 농협지도부는 이러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업구조 개편의 노고를 치하하는 명목으로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회장에게 2200만 원 등 임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2배에 해당하는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졸속 구조개편에 대한 반성은 커녕 자화자찬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성과급 잔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농협과 농식품부는 사업구조 개편 후속조치로 지난 9월 '농협사업구조개편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기본급의 -20~60% 범위에서 지급하던 임원 성과급 차등폭을 -30~80%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성과급 마이너스 범위가 10% 늘었지만 최근 5년간 경영평가표를 분석해보면 거의 모든 임원이 최고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과급 비율만 20%p 늘어난 셈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성과급 규정 개정 전에는 임원 당 평균 77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규정을 개정한 후에는 1억 300만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면서 "사실상 연봉이 2600만 원 인상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우남 의원실이 17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농협 임원들의 성과급 인상 현황.
ⓒ 김우남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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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일선 조합에서는 농협 경제사업 손실보전을 대비한 기금을 출연하면서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는데 중앙회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만 벌이고 있다"고 질타하며 "턱없이 올라간 임원들의 임금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은 임원들이 성과급잔치를 벌이는 동안 회원조합에서 일하는 계약직·업무직 직원들 다수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해온 사실도 밝혔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167개 회원조합 중 238개 조합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으로 토요일이 유급휴가인 경우 월 103만508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