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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세습(한겨레펌)

2011.04.05 14:49

광농민노 조회 수:12162

재벌가 비상장사 존재이유는 ‘부의 대물림’
총수 자녀 등 대주주 20곳
매출 46% ‘계열사 거래’
일감 몰아줘 수익 극대화
현금배당·상장 ‘대박’ 구조
“정부 과세의지 중요” 지적
한겨레 황예랑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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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비상장 계열사들로부터 50억원 가량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삼성에스디에스(15억원), 삼성에버랜드(31억원), 서울이동통신(5억원) 등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 지난해 뛰어난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역시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엠코로부터 현금배당으로 125억원을 챙겼다. 주주로서 자신이 투자한 회사 수익을 배분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과 재벌닷컴 자료를 보면, 자산순위 30대 그룹 총수 자녀 등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20곳의 지난해 총 매출액 7조4229억원 가운데 내부매출(계열사와 거래) 비중은 3조4249억원(46.1%)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거둔 셈이다. 이는 조사 대상이 된 그룹 전체 계열사들의 평균 내부거래 비율(28.2%)을 훨씬 웃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계열사 간에 실적이나 거래물량을 대거 밀어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재벌들이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비상장사를 이용하는 것은 오래된 수법이다. 일단 총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 급증한 회사 수익은 현금배당을 통해 총수 일가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다시 들어간다. 기업가치가 커지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자녀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그 돈으로 다시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룹 내 통합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서울정보통신, 현대유엔아이, 한화에스앤씨)나 건물 관리·임대 회사(영풍개발), 공장 건설회사(현대엠코, 에스티엑스건설) 등이 손쉽게 이런 수법에 동원된다.

이런 관행은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삼성에버랜드와 계열사 사이의 매출 거래는 지난 2009년 7276억원에서 지난해엔 9091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엠코의 현대자동차 계열사 매출 비중은 지난해 57.3%로, 2006년(98.9%)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다. 장현진 영풍그룹 회장의 자녀가 지분 33.3%를 보유중인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액(132억원) 가운데 계열사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8.1%(130억원)나 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딸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식음료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도 지난해 계열사 매출비중이 97.5%(569억원)에 달했다.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지에스아이티엠은 80.8%, 강덕수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의 두 딸이 대주주로 있는 에스티엑스건설은 75.6%(2009년 기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딸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유엔아이는 63.6%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다. 재벌닷컴이 조사한 비상장사 20곳의 지난해 매출액이 지난 2005년보다 평균 3.27배 급증할 정도로, 이들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같은 재벌들의 악습에 칼을 빼어들 태세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지난달 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변칙 증여하는 관행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2007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며, 지난달 개정된 상법에서도 총수 자녀 등에게 유망한 사업기회를 넘겨줘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식의 ‘회사 기회유용’을 금지하고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제도보다 더 중요한 건 국세청과 공정위의 적극적인 처벌·과세 의지”라며 “일감 몰아주기 뿐 아니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처럼 자녀 개인회사에 지분을 증여해 세금을 피해가는 또 다른 편법 증여 행위에 대한 단속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