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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 건물을 점거한 채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공노조 서경지부
비정규직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홍익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집단해고에 맞서 학교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140여 명 조합원들은 3일 오전 8시부터 홍익대학교 본관을 점거한 채 철야농성을 전개했으며, 4일 오전까지 농성을 잇고 있다.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하던 학교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게 된 것은 학교 측의 비상식적 대우와 집단해고 때문이었다.

홍익대학교에는 170여 명에 달하는 청소·경비·시설 용역 노동자들이 있다. 용역회사는 (주)향우종합관리와 (주)인광엔지니어링이며 2010년 12월 31일이 용역계약 만료 기일이었다. 청소·경비 용역 계약이 만료되자, 대학 측은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인건비로 책정된 기존 용역비 단가를 강요하며 3개월 연장계약을 종용했다. “동결된 용역단가로 3개월만 계약을 연장하자”는 제의에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했고 그 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연말 계약해지 사태를 맞게 된 것.

용역단가를 맞출 수 없게 된 용역업체들은 재계약을 포기한 뒤 지난 2일 용역노동자들에게 계약 무산 사실을 알렸다. 이후 홍익대 직원들은 용역노동자들 근무지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 출근을 원천봉쇄했다. 이어 근로장학생, 교직원, 조교 등을 청소용역 노동자들 자리에 대신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익대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새해 벽두부터 대거 해고되는 상황에서도 당사자들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올해 1월1일에도 출근해서 맡은 구역을 청소하며 평소처럼 일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2일 새벽 7시부터 학교 측 전 직원이 동원돼 경비실에 상주하며 출근한 경비노동자들을 향해 “이제 당신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집에 가라”고 윽박질렀다. 분노한 청소 노동자들이 용역계약을 담당하는 사무처 직원을 찾아가 항의하자 그들 역시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을 문전박대했다.

또 청소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에게는 일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대기실 열쇠를 빼앗은 후 집에 가라고 했다. 업무를 하기 위해 근무지에 도착한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바뀐 비밀번호 때문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돌아서야 했다. 일하는 당사자인 용역 노동자들에게 사전에 어떤 설명과 절차도 없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는 “이번 해고사태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단가에 3개월짜리 하루살이 용역계약을 강요한 홍익대학교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실질적 사용자인 홍익대학교가 사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하는 학교 측이 용역비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대 측은 자신들은 직접 고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고된 용역노동자들과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많은 대학에서 해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학교가 비용절감 명목으로 청소업무를 용역회사에 맡기면서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연말마다 청소노동자들이 해고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학교는 용역업체 변경을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집단해고 된 홍대청소노동자들도 지난해 12월2일 노조를 결성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해고됐다. 한양대 역시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마자 용역업체가 바뀌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지난해 12월 청소노동자들 모르게 용역업체를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입찰설명회를 진행하려다가 노조의 항의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기존 용역업체와 노동조건 관련 집단교섭을 진행 중이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도 지난해 10월29일, 학교가 느닷없이 용역업체를 바꾸는 바람에 90여명 노동자들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다행히 이들은 추운 날씨에 삭발, 학교 점거농성 등을 벌여 학교 측으로부터 고용보장 약속을 받아냈다. 지난해 한양대, 연세대, 성신여대 등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용역업체 변경으로 해고위기에 놓였다가 점거농성을 벌인 끝에 고용보장을 약속받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준)은 3일 ‘청소노동자의 새해 빼앗는 대학들’ 제하 성명을 내고 “노조는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학이 직접 나서서 이들의 고용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고 “매년 용역업체에 책임을 돌리는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대학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노조 서울경기공공서비스지부 홍익대분회 140여 명 조합원은 3일 오전 8시 경 본관 6층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사태해결을 위한 교섭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 총장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의료진을 부른다, 휠체어를 탄다 하며 어처구니없는 행태만 연출했다. 문을 안으로 걸어잠근 채 총무과 직원과 보안요원을 시켜 문을 지키게 했다. 그러다가 어제(3일) 오후 3시30분 경에는 총장이 농성조합원들을 피해 밖으로 뛰어나오려는 시도까지 했다.

노동조합은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며 조합원들의 시급한 현안인 고용승계를 촉구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루종일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농성을 먼저 풀어야 교섭을 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홍익대 총장은 오후 6시30분 경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갔다.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난방조차 안 되는 추운 본관 건물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화장실에는 찬물만 나오고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는 현장은 매우 춥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조합원들은 평균연령이 60대 초반정도다. 철야농성에 이어 조합원들은 4일 오전까지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문헌관(분관) 1층 사무처와 로비 전체를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권태훈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존 단가에 3개월짜리 하루살이 용역계약을 용역회사에 강요해 용역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된 것은 전적으로 홍익대학교 당국의 책임”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겠느냐?”고 학교 측을 질타했다.

4일 오전 민주당 이미경의원이 홍익대 농성현장을 찾아와 대학 재단이사장 면담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후에는 민주노동당 홍희덕의원도 이곳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모색할 예정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오는 6일 오후 2시 홍익대 본관 앞에서 청소용역 노동자들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중집회를 개최한다.

2011년 새해 초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