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왼쪽)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정부가 상시·지속 업무를 다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막론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각 기관은 연중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며, 최대 31만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 의지를 밝힌 뒤, 정부가 공공부문의 ‘모범적 사용자’로서 민간까지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정규직화에 따른 현장의 혼선을 막고 일정한 지침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5가지 대원칙을 제시했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 충분한 노사 협의를 통한 자율 추진, 고용안정차별개선·일자리질 개선의 단계적 추진, 국민부담 최소화 및 정규직과의 연대, 국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지속가능성 등이다. 먼저 비정규직 현황 파악이 상당부분 이뤄진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 교육기관 852개 기관을 1단계로 추진한다.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2단계), 일부 민간위탁기관(3단계) 등은 추가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추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전 정부도 공공기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으나,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만 해당되고 간접고용은 빠져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소극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전향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상시·지속 업무 판단기준은 대폭 완화됐다. 지난해 노동부 가이드라인은 과거 2년 이어져 왔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업무를 상시, 지속 업무로 판단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과거 2년’의 조건은 빠졌다. 기존에 ‘해당 업무가 연중 10~11개월 지속될 경우’로 돼 있던 조건도‘연중 9개월 이상’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60세 이상 고령자, 휴직대체인력, 고도의 전문직종, 민간의 전문성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해서는 기간제와 파견·용역 사용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규직화 작업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관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기간제 노동자는 노동계 추천 전문가도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기관별로 구성해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 방식이나 자회사 설립 방식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 기간제는 가이드라인 발표 후 즉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가급적 올해말까지 전환해야 하고, 파견·용역 노동자는 업체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른바 ‘중규직’이라 불리던 무기계약직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내용도 담겼다. 그동안 기간제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던 관행을 없애고, 상시·지속적 업무가 신설되거나 기존 노동자가 퇴사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또 고용노동부 차관이 주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TF’를 구성해 추진 과정을 감독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즉시 특별실태조사를 실시해 올 8월까지 각 기관의 비정규직 현황과 잠정 전환 규모, 계획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대 31만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852개 기관에 근무하는 인원은 총 184만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31만여명(기간제 19만1000명, 파견·용역 12만1000명)이다. 무기계약직이 21만2000명 정도를 차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