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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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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는 지난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조

감정이 복받치는 듯했다. 위원장들의 투쟁사에는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 무대를 지켜보던 대의원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을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 금융노동자들의 얘기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노조가 대규모 합동대의원대회를 개최한 것은 주 5일제를 쟁취했던 2002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최근 현장에 불어닥친 '성과주의 광풍'이 금융노동자들과 노동계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사안이라는 방증이다.

이날 대회에는 35개 지부 간부와 금융공기업 대의원 2천여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9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 장의 사진과 눈물의 대회사=참가자들은 앞뒷면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피켓을 들고 대회장에 들어섰다. 피켓에는 “해고연봉제 저지”와 “강제퇴출제 분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문호 위원장은 한 장의 사진을 언급하는 것으로 대회사를 시작했다. 노조는 대회 전날 ‘이것이 금융공기업의 현실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 포함된 사진에는 지난 12일 산업은행의 한 부서장으로부터 성과연봉제 확대동의서 작성을 강요받는 직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5명의 직원들은 벌을 받듯 어깨를 움츠리고 양손을 모았다. 한 여직원은 눈물을 닦는 것처럼 얼굴을 훔쳤다.

산업은행을 대신해 금융위원회가 반박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은 군색했다. 금융위는 “자발적으로 취한 자세”라거나 “사진 촬영에 놀라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무려 3시간에 달하는 '의견수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왜 장시간 서서 꾸중을 듣는 자세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기관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성과연봉제를 강요받으며 죄인처럼 서 있었다”며 “너무도 참담한 심정에 모두가 울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 위원장들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현장의 인권유린을 얘기하자 의원들도 따라 울었습니다. 상임간부가 한두 명인 조직에 50~100명의 관리자가 동원됩니다. 주말에 위원장 집을 찾아가 3시간씩 초인종을 누릅니다. 우리는 돈과 자본의 노예가 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살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6월에 금융노동자 5만명을 포함해 공공부문 노동자 10만명이 모이는, 50년 노동운동 역사상 최대 집회를 만들어 냅시다. 9월과 11·12월로 이어지는 총파업으로 성과연봉제를 막아 냅시다.”

  
▲ 금융노조는 지난 13일 '이것이 금융공기업의 현실입니다' 라는 제목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금융공기업에서 일하는 사진 속 인물들이 부서장으로 부터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받으며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주장했다.금융노조

◇9월 총파업 만장일치 결의=금융공기업지부 위원장들의 투쟁사가 이어졌다. 김대업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62년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스스로 거스르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직원 협박 등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기수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구호가 ‘상식이 통하는 나라,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였는데 상식은커녕 법조차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대회에서 '총파업 돌입의 건'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김문호 위원장과 금융공기업지부 대표자들은 전원 삭발했다.

총파업을 결의하는 상징의식도 열렸다. 참가자 전원의 머리 위로 검은색 대형 현수막이 올랐다. 금융노동자들은 함성과 함께 “해고연봉제”라고 쓰인 천을 산산조각 냈다.

참가자 일동은 결의문을 통해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퇴와 해고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회는 참가자 전원이 파업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카메라가 무대 위에서 조합원들을 보며 팔을 흔드는 위원장들의 얼굴을 훑었다. 영상은 대형 스크린에 걸렸다. 예년과 다른 감격과 결심, 비장함이 녹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