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만근수당과 근속수당은 사라졌고, 식비는 매년 조금씩 줄어 1~2년 차들은 1만7천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수당과 식비를 깎아 기본급으로 돌렸다. 이 추세면 내년에는 식비와 각종 수당이 전부 사라질까 걱정이다.”(효성아이티엑스(ITX) 소속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 상담원)
#사례2. “경북 경산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는 상여금 전액을 쪼개 기본급으로 돌렸다. 기본급만 올랐지 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졌다”(송무근 경북일반노조 포항지부장)
#사례3. “내년 최저임금이 16.4%나 올라 기본급 밖 급여를 기본급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기본급 인상 대신 각종 수당 신설·확대로 제한적 임금 인상을 해오다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돼 역풍을 맞은 셈이다.”(한 대기업의 노사제도개선팀 직원)
새 최저임금(시급 7530원·인상률 16.4%) 적용을 두 달 앞두고 식비나 상여금 등을 줄여 기본급 인상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기본급에 포함되지 않는 식비나 상여금을 깎은 재원으로 기본급을 올려 최저임금 고시는 지키면서 임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식이다. 최근 경영계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식비·교통비·상여금을 기본급 범위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일방적인 급여 체계 변경이 진행 중인 모습이다.
경영계 요구대로 ‘수당의 기본급화’가 이루어지면, 법정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사라진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에서 일하는 효성아이티엑스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이 회사의 주 사업분야는 콜센터다. 김연수(가명)씨는 “새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매해 초 기본급을 올리기 위한 수당 삭감 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식비는 2015년 10만원에서 매년 2만∼4만원씩 조금씩 줄어 들었다.
‘수당의 기본급화’가 수년에 걸쳐 진행된 결과, 최저임금이 15.9% 오른 2015~2017년 사이 김씨의 월급여 총액 인상률은 8.3%에 그쳤다. 2015년 김씨의 월급여 총액은 132만원이었고 올해는 143만원이었다. 3년 간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절반에 그친 셈이다. 그는 “최저임금이 16.4% 올라도 남은 식비까지 기본급이 되면 월급 인상폭은 그만큼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 상당수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주는 도급비에 최저임금 인상폭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효성아이티엑스 쪽은 “국세청이 주는 사업비 안에서 인건비를 주려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세청 쪽은 “효성아이티엑스에 지급되는 도급비는 업계 평균에 견줘 낮지 않다”며 “최저임금을 충분히 보장하는 데다 효성에 마진도 남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청기업의 비정규직은 노조가 없어 기업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없는 창원의 한 주물공장에서는 기본급 500%의 상여금을 전액 삭감하면서 관리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면 그만두라”고 하는 일도 벌어졌다.
수당의 기본급화는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94조)’에 해당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관리자가 노동자들을 한명씩 만나 급여규정 변경 서류에 서명을 종용하고, 이렇게 받은 서명을 첨부해 고용노동부에 취업규칙 변경 신고서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일대일 면담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